근로시간 산정 가능…포괄임금제 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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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근로시간 산정 가능…포괄임금제 하면 안돼 포괄임금계약 유효 요건 이견으로 법정다툼 자주 발생

기사입력2015-07-02 14: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제50조)을 1일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연장·야간근로 그리고 휴일근로 등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제56조)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임금을 산정함에 있어 사용자는 기본임금(통상임금)을 약정하고, 이를 기초로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가산해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무에선 근로계약 체결시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고 연장·야간 근로수당과 같은 법정수당 등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으로 약정하고,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매월 약정액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이 자주 사용된다. 포괄임금계약은 근로기준법 명문 규정이 아닌 판례 법리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를 해석함에 있어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다분하다. 또 포괄임금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법적요건 등에 대한 이견으로 법정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포괄임금 사건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약정된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한 경우 근로자는 약정된 임금과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임금간에는 차액(미지급 임금)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는 포괄임금계약이 적법하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포괄임금 사건(울산지방법원 2015. 3. 26. 선고 2013가합8607)의 경우에도 동일한 주장과 항변으로 진행됐다.

사실관계부터 살펴보자. 소를 제기한 근로자 A등 6명의 근로자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주)○○관광에서 전세통근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이 사건의 회사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 등에 따르면 운전기사 근로자 A등에게 적용되는 근로시간 형태는 간주시간제다. 전세버스 운행 등의 출장업무를 하는 운전기사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1일 8시간, 1주 40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임금의 경우 1년간의 연봉총액을 12회로 균등 분할해 매월 지급하며, 연봉총액은 ‘연간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포괄임금계약이다.

근로계약 체결시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매월 약정액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이 자주 사용되지만, 포괄임금계약의 유효 요건 이견 등으로 법정다툼이 발생하고 있다.<자료=비자트>

2001년 12월1일 입사 후 2012년 10월27일 퇴사한 근로자 A의 경우 2012년 연봉총액은 1272만원이고, 이를 월급여로 환산하면 106만원이다. 다른 5명의 근로자 역시 근로자 A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이들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근로계약서에 정한 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한 초과 근로수당 등 4억4000만원 상당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반면 회사는 포괄임금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근로자들의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사용자로서는 적지 않은 재정적인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포괄임금제를 적법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법리 검토 후에 시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근로시간과 관련 근로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근로계약서에 정한 월간 근무일수 20일(1주 5일 근무)을 8일 초과해 월간 28일 근로(토요일 또는 일요일 근무로 추정)함으로써 1월에 64시간(8일×8시간)의 초과근로를 제공했다.

또 평일에는 1일 14시간을 근로, 약정된 8시간 보다 6시간 초과 근로함으로써 1월에 120시간(20일×6시간)의 초과근로를 제공했다. 이에 근로자 A등은 근로자 1인당 1월 184시간에 해당되는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법원에 청구했다. 임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으로 퇴직일 이전 3년간 지급받지 못한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한 것이다.

포괄임금계약이 유효한 경우 시간외·야간·휴일근로수당 청구 못해

근로자 A등의 청구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 회사에서 운용 중인 포괄임금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먼저 심리했다. 심리결과 포괄임금제가 적법하다면 근로자들의 초과근로의 존재여부 자체를 심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포괄임금제가 유효한 경우 포괄임금으로 지급받은 연장근로수당 또는 이에 갈음한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에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시간외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볼 것이어서 근로자는 이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6958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참조).

반대로 포괄임금제가 적법하지 않은 경우에 법원은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초과근로시간 자체가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와 함께 다시 산정한 초과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근기법에 따른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 사건 회사가 운용 중인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에 대해 결론부터 먼저 밝히면 법원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포괄임금제가 적법한 이상 근로자 A등이 주장한 초과근로의 존재 여부 자체를 검토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초과근로수당 등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 사건에서는 초과근로수당 이외 근속수당, 연차수당, 상여금, 근로자의 날에 대한 유급수당, 버스수리비 상당의 부당이익금, 퇴직금 및 퇴직금 명목의 공제금, 최저임금 미달액 등을 함께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 사건 회사의 포괄임금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던 근거, 울산지법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피기에 앞서 포괄임금 계약 유효성 요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먼저 보자.

대법원이 제시한 첫 번째 요건은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해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두 번째 요건으로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요건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춰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로소 포괄임금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66523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

66995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참조)

대법원(사진)은 근로형태의 특수성이나 업무의 성질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가 불규칙한 경우 임금의 계산 편의와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취 등을 이유로 포괄임금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포괄임금계약의 첫 번째 요건과 관련 대법원은 아파트 경비원, 시설관리 직원 등 감시·단속적 업무에서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는 경우나 작업시간과 휴식시간이 불규칙한 건설현장 근로자, 운전기사 등 근로형태의 특수성이나 업무의 성질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가 불규칙한 경우 임금의 계산 편의와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취 등을 이유로 포괄임금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감시·단속적 업무로서 24시간 교대제가 아닌 경우, 작업시간과 휴식시간이 규칙적이어서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또는 임금의 계산 편의나 근무의욕 고취만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포괄임금계약은 그 유효성이 부정될 수 있다.

포괄임금계약의 유효성이 부정되는 경우 포괄임금계약의 세 번째 요건 미충족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15조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면서(근로기준법의 강행성)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근로기준법의 보충성),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고 한다.

행정해석 또한 “실제근로시간이 협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실제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수당을 계산 지급하여야 한다(근기 01254-13076)”는 입장이다.

포괄임금제 효력이 부정되면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수당 지급

다시 울산지법으로 돌아오자. 포괄임금계약의 첫 번째 요건과 관련해 법원은 ①업무의 특성상 근로 중간에 예측 불가능한 대기시간 및 휴게시간이 뒤섞여 있어 근로시간의 예측이나 산정이 어렵다고 보이는 점 ②출근부에 따르면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취업규칙에 따라 ‘간주시간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하여, 일률적으로 그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본다는 취지인 점 ④임금 대장 상에도 위 ‘기본급’ 및 ‘수당’들이 매월 고정된 금액으로 일률적으로 지급되었을 뿐 실제 초과근무시간 등을 산정하여 이를 계산하지는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회사 운전기사의 근무형태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로서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포괄임금계약의 세 번째 요건과 관련 법원은 ①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원고들의 진술에 따르면 방학 등 운행시간이 적은 때에는 3시간 정도, 개학 등 운행시간이 늘어난 때에는 4.5시간 정도라고 진술하였던 점 ②소정근로시간을 실제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주 40시간으로 간주하였으며, 심야근무를 하는 경우 심야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점 등의 사정은 이 사건 포괄임금계약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포괄임금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약정된 근로시간보다 적은 시간의 근로를 제공했으며, 사용자는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이상을 지급했다는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그 실질이나 형식 측면에서 포괄임금계약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근로시간산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정수당 지급을 면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괄임금계약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 포괄임금계약의 법적 요건에 대한 부지로 인해 관행적으로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업장 내에서 포괄임금제를 운용하고 있다면 노무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한번 법리적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포괄임금계약이 문제가 된 경우 법원은 사업주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형식이 아닌 실질로 판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