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개정안, 분쟁 감소 효과 가져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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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가맹사업법 개정안, 분쟁 감소 효과 가져올 것 가맹본부·사업자는 동등한 사업 파트너, 상생하는 모습 보여야

기사입력2024-04-25 10:4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가맹점주단체에 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하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23일 국회 정무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본회의 직회부는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동안 계류돼 있는 경우 소관 상임위가 본회의에 이를 직접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계류중이었다. 상정 이후에는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공포 등을 거쳐 시행된다.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이 구성한 가맹점주단체를 공정위 등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된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맹사업자의 단체 구성권과 협의 요청권은 기존 법에도 보장돼 있었다. 문제는 단체를 구성해 본사에 협의를 요청할 경우 본사에서 단체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협의에 응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비용청구,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 등 가맹본부의 우월적인 지위 남용으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2년 가맹사업법이 제정되면서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상당부분 개선이 됐지만 여전히 대등한 위치에서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맹사업법 본회의 직회부 소식이 알려지자 가맹사업본부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난립해 각자 협의요청권을 남발하거나, 단체 간 경쟁을 조장해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되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한국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파괴돼 ‘K-프랜차이즈’ 열풍이 식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 요건 등을 충족한 단체여야 공정위 또는 시·도지사에게 등록을 할 수 있다. 또, 복수의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로부터 협의를 요청 받을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의 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가맹점단체 구성의 요건 등은 시행령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체가 난립할 것이라는 가맹본부측의 우려는 다소 과장돼 보인다. 또한 현행법은 가맹점사업자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사업의 통일성이나 본질적 사항에 반하는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 가맹본부의 경영 등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또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사업의 본질을 해칠 수는 없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박승미 정책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가맹본부는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단체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불공정한 거래조건으로 인해 점주들이 피해를 입어왔고, 이에대해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쟁이 발생했지만, 가맹점단체와 가맹본부가 대등하게 만나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오히려 분쟁을 상당부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정책위원장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에 앞장서왔던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사문화된 가맹점주단체 협의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조치를 마련함으로써 가맹본사의 원부자재 폭리행위 등을 가맹점주들이 교섭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놓았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맹점과 같이 본사로부터 종속적 관계에 있는 가맹지역본부(가맹지사)에도 가맹사업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작년, 재작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왔던 가맹본사로부터의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안정적인 계약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적지 않은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가맹점사업자에게 브랜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목표는 가맹본부와 같을 것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의 입장이 다르다면 분쟁에 앞서 충분히 대화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해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 상 사업자단체를 구성하고 협의를 요청할 수 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협의에 나서지 않았던 가맹본부는 어쩌면 협의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는 이번 법 개정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을 반대하는 모습은 그동안의 구태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도 있다. 현장을 지키는 가맹점사업자와 가맹사업의 전체 흐름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의 대화와 협의는 당연하다. ‘K-프랜차이즈’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