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영혼의 무게를 덜 수 있는 세계” 빛의 모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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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삶에 지친 영혼의 무게를 덜 수 있는 세계” 빛의 모나드 [그림을 읽다:Blue-chip Artist] ㊵ 박현주 작가

기사입력2015-08-25 19:28

이유미 객원 기자 (kissgallery@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빛조각-blue 162.2-130.3cm acrylic, gold-leaf on canvas 2014

모나드(monad, 單子)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 실체로, 비물질적이며 우주의 일체의 사상을 표출하는 우주의 생명활동 원리다.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묘사하는 것으로 라이프니츠의 창이 없는 모나드(monad)란 말이 인용되곤 한다. 어느 때 보다도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이 발달된 오늘날 우리는 타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가 한 말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과는 늘 거리가 있다. 세대간, 부모자식간, 부부간, 정치인들간, 국가간에 서로 다른 말을 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고립된 섬에 있는 것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밀착되어 있고 통해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각각 모나드로 단절되어 있다.

빛을쌓다#1round 100cm(diameter) acrylic,gold-leaf on canvas 2014

작업에서 보여지는 반복되는 오브제의 unit 개념은 모나드(monad)의 개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개별적임과 동시에 전체 그림의 한 조각을 이루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본질을 추구하는 나의 작품 성향은 우리의 감각과 사유가 미치지 못하는 곳을 그리워한다. 각각의 모나드로 고독에 처한 우리는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전체를 꿈꾼다. 그 질서에서 우리는 라이프니츠의 말처럼 실패에 감긴 실이고 우리의 운명은 실패의 실이 풀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곳에서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 없고 소통되지 않을 것이 없다. 우리는 고독한 존재이지만 그것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다. 그 세계는 인간 차원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이다. 그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나의 작업의 지향점이다.

InnerLight2013 LAVIDA#1 2013 23×23×9cm(WHD) mixed media

문명의 이기로 인한 물질 만능주의와 지나친 소비위주의 현대사회는 인간이 꿈꾸는 태초의 낙원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라는 존재론적인 물음으로부터 나의 작업은 출발한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Here and now, this moment(여기와 지금, 그리고 이 순간)라는 직면하는 삶 속에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중략)

무한 수명, 무한 빛에 대한 갈망과 동경, 빛으로 넘쳐흐르는 피안의 세계…. 내가 꿈꾸는 빛의 세계는 물질과 비물질(정신, 영혼)의 경계 위에서 마치 공기 중을 부유하는 나비가 바라보는 세계와 닮아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찌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이러한 미지의 세계를 쫓아가는 ‘빛의 시각적 환영’ 속에 있지 않을까.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정신, 입체와 평면, 수직과 수평, 사각과 원 등의 서로 모순되면서 대조되는 요소들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세계…불확실하고 어두운 오늘날의 현실에서 삶에 지친 영혼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런 세계, 빛의 모나드가 그려내는 공간이다.(작업노트 중 발췌)[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