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업금지약정’ 이직따른 기술유출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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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경업금지약정’ 이직따른 기술유출 못 막는다 해고된 임직원 적용 어렵고, 경업금지 제한 지역·직종·업체도 광범위

기사입력2015-12-24 00:00

이주성 기자 (ljs0001@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청이 전·현직 임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이 80%에 달한다며 이를 막기위해 특허청에서 개발한 ‘경업금지약정 표준모델 가이드’를 중소기업이 활용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경업금지약정’만으로는 전·현직 임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금전적 손실보다 이익이 클 경우 이를 막기 어렵고, 해고된 임직원에게는 적용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또 경업금지 제한 지역·직종·업체도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경업금지약정은 임직원이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계약서다. 이 계약서에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 외에도 다른 회사의 대리인, 자문역, 고문 등 직·간접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업금지약정만으로는 이직한 임직원의 기술유출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금전적 유혹을 막기 어려운데다, 해고된 임직원에게는 적용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또 경업금지 제한 지역·직종·업체도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자료=비자트>

이밖에도 경업금지약정에는 전직금지 기간, 금지대상 업종, 업체, 비밀 보호대상이 되는 정보나 자료, 손해배상액의 예정 등이 담겨 있다.

손해배상액보다 이직따른 이익 크면 無用

계약당사자가 경쟁회사로 이직하는 등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배상토록 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세움의 이병일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에서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기업이 소송을 걸어 이긴다 해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허청 ‘경업금지약정 표준모델 가이드’에서도 “법원은 예정한 금액이 과도한 경우에는 적당한 수준으로 감액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약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바꿔말하면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했어도 이직에 따른 손해배상액보다 이익이 크다면 임직원이 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게 된다.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기술유출 당사자 가운데 78%가 그 이유로 ‘금전적인 유혹’이나 ‘개인영리 추구’라고 밝혔다.

해고된 임직원 이직의 경우 경업금지약정 효과 제한적

또 기업이 임직원을 해고한 경우 경업금지약정 효력이 제한적이다.

이병일 변호사는 “기술을 유출한 해당 임직원이 자의가 아니라 해고를 당했거나 회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경우,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임직원의 선택권이 없는 상황의 경우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전직을 금지시키는 것은 지나친 자유의 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퇴사한 임직원의 경우도 실무에서 주로 사용되는 ‘비밀유지서약서’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이를 제재하기가 어렵다.

특허청 ‘경업금지약정 표준모델 가이드’도 “경업금지약정의 체결은 입사시, 재직중, 퇴사시 어느 때나 가능하지만, 퇴사자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입사 혹은 재직중에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바 있거나 취업규칙에 유사한 내용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퇴사시에 별도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료=특허청·법무법인 세움 자료 재구성>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경업금지약정으로 막기 어렵다

경찰청이 2012년 나라별 기술유출 건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국가로 기술이 유출된 사건 중 60%가 중국이었다. 이 경우 ‘경업금지약정 표준모델 가이드’로 방지가 어렵다.

가이드에는 “경업금지 지역은 해당 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적 범위 및 경쟁업체의 위치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안에 따라서는 대상지역이 전국일 수도 있다”고 적혀 있다. 가이드 내용대로라면 그 범위가 국내로 한정되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로의 기술유출은 막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와함께 경업금지약정 대신에 실무에서 주로 쓰이는 비밀유지서약서에는 “본인(비밀유지서약서에 합의하는 근로자)은 회사의 재직 중은 물론 사유의 여하를 불문하고 퇴사 후 2년간은 회사에 대한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경쟁사’라고만 지칭돼 있어 그 범위가 너무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