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묻힌 얼음호수…서정에 취하고 동심을 만나다

프린트

라운지 ㅣ 가족여행 산에 묻힌 얼음호수…서정에 취하고 동심을 만나다 유철상의 가족여행 ㉟포천 산정호수

기사입력2016-01-23 00:0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명성산이 휘장처럼 둘러싼 산세가 만들어낸 산정호수. 잘생긴 남자처럼 선이 굵은 암봉이 호반을 감싼 산정호수는 김일성 별장이 있었을 정도로 빼어난 운치를 자랑했다. 그 운치는 한겨울 설경 속에서 더욱 빛난다. 그 이름도 ‘산에 묻힌 우물’이란 뜻으로 산정(山井)호수라 불린다. 산정호수는 1925년 농업용수를 이용하기 위해 축조된 호수다. 이곳이 인공호수라는 사실이 왠지 낯설게만 여겨진다. 얼음판을 지치며 얼굴을 벌겋게 상기시킨 아이들의 표정과 팔장을 끼고 조심조심 잰걸음을 치는 연인들의 표정이 너무도 다정해 보인다.

산정호수 골짜기<사진=상상출판>

산정호수는 겨울 내내 7만평에 이르는 수면이 꽁꽁 얼어붙는다. 호반을 따라 난 4㎞에 이르는 산책로의 나무도 눈옷을 입은 채로 하얗게 빛나는 조형물처럼 보인다. 호수 한쪽의 명성산도 흰 눈을 뒤집어쓰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우내 산정호수는 추억과 동심의 나라로 변신한다. 이른 아침이면 꽁꽁 얼어붙어 수정빛으로 변한 호수면 위에 꼬마들의 얼음썰매가 놓인다. 그래도 썰렁하지도 춥지도 않다. 호반 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은빛 빙판 위로 흥겨운 동요가 흐른다. 산정호수는 빙상레포츠의 천국이다. 산정호수에서 스케이트장과 썰매장으로 조성된 곳은 산정호수 유원지 앞 오리보트 선착장 일대다. 길이 500m 정도의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산정호수는 빙상레포츠의 천국이다. 이곳은 아이스하키 등 빙상선수들의 동계훈련장으로 사용되곤 한다.

얼음썰매장<사진=상상출판>

워낙 추운 곳이어서 수면이 25cm 정도로 완전히 얼어붙는다. 온가족이 빙상레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썰매로 경주를 즐길 수도 있다. 온가족이 손을 허리에 붙이고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마치 오리 한 가족이 나들이 나선 풍경처럼 정겹다. 썰매장은 얼굴 가득 동심이 차오른 아저씨가 마냥 즐거워하며 힘차게 얼음을 지친다.

호수 상류에서는 얼음낚시도 가능하다. 전문 낚시꾼들이 붕어를 잡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동반했다면 얼음판에 구멍을 뚫고 가벼운 채비를 이용해 ‘겨울의 요정’ 빙어 손맛을 볼 수도 있다. 빙어낚시 채비는 산정호수 인근의 낚시점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얼음썰매에 신이 나 동심을 즐겼다면 자인사로 눈길을 돌려보자. 겨울철이라 등산을 직접 하기보다는 설경을 눈에 담아두는 것도 좋다.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목 놓아 울었고, 하염없이 철원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며 시름에 잠긴 궁예왕의 울음소리가 끊일 줄 몰랐다하여 울음산으로 불리는 명성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태조에 재위한 후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왕건의 자호를 본떠 약천암(若天庵)이라 했다고 한다.

자인사 대웅전<사진=상상출판>

여러 번의 화재로 소실된 절터에 1964년 조그만 암자를 세우고 절 이름을 자인사(慈仁寺)라고 명명했다. 자인사는 대웅전을 다시 짓고 미륵좌불을 새로 조성했다. 자인사 입구에서 소나무 숲을 들어가면 부도와 비석이 좌측으로 보이고, 정면으로는 웅장한 모습의 극락대전이 보인다. 전에 있던 자그만 대웅전의 모습과는 별개로 새로 지어진 극락대전은 마치 중국의 사찰처럼 좌우로 오르는 길이 있다. 새로 만들어진 깨끗한 대리석 계단을 오르면 주변의 소나무 숲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한 대웅전 뒤로는 누각을 지어 샘물이 흘러내리도록 꾸며진 연꽃무늬 잔 모양의 샘터가 있다.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자인사에서 목을 축인다.

자인사에서 내려와 산책로로 들어서면 호반의 설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잊었던 서정에 취해보는 것도 겨울여행의 묘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행복한 여행의 완결편을 장식하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코스 가이드=포천 일동 - 산정호수 - 호수 얼음썰매 - 자인사 - 명성산 초입 - 산정호수

가는 길=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구리를 빠져 나간 뒤 47번 국도를 타고 30분 정도 직진하면 베어스타운. 여기서 47번 국도를 타고 25km 가량 직진하면 일동. 일동 용암천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3km 정도 가면 군부대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 후 8km 정도 직진하면 산정호수.

일동 유황온천에서 온천욕=산정호수에서 지척인 일동에 온천단지가 조성돼 있다. 일동 일대의 온천수 성분은 유황. 유황온천은 달걀 썩는 냄새와 비슷한 향취가 난다. 연골이나 근육, 피부세포에는 본래 유황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이들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