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이 내려앉은 설악에 그윽한 ‘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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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백설이 내려앉은 설악에 그윽한 ‘님의 향기’ 유철상의 가족여행 ㊱설악산 백담사

기사입력2016-01-30 00:0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백담사와 수렴동은 훌쩍 떠나면 된다. 무거운 등산 준비도 필요 없다.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설악의 설경에 감탄할 수 있는 마음만 갖고 떠나면 된다. 백담계곡을 따라 오르는 1시간 정도의 계곡길이 험하거나 거칠지 않기 때문. 사람들이 꾹꾹 다져놓은 눈을 밟으며 사색을 즐기기에 그만이고 가끔씩 계곡의 바위를 곁눈질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백담사<사진=상상출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내가평마을의 매표소에서 백담사까지 이어진 길의 길이는 약 7km. 쉬엄쉬엄 걸어가 두어 시간이면 백담사에 닿는다. 마을버스가 매표소에서 백담사까지 10여 분 간격으로 오가지만 버스를 타는 대신 걷는 사람도 제법 많다. 백담계곡과 내설악을 벗 삼아 트레킹을 즐기는 것이다. 백담계곡의 눈이 쌓인 경치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구절양장 같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귓전을 때린다.

백담계곡은 내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이다. 대청봉에서 발원한 가야동계곡, 중청봉에서 시작된 구곡담계곡, 백운동계곡과 대승골 등 내설악의 대부분 물줄기가 백담계곡으로 흘러든다. 그래서 이름도 ‘백 개의 담이 모인 계곡’이란 의미다. 백담계곡은 그래서 언제 봐도 웅장하다.

계곡을 따라 4km쯤 걸어가면 옛 마을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길은 오솔길 분위기로 바뀐다. 울창한 나무가 터널처럼 우거져 있다. 햇볕이 점점이 통과하기 때문에 한낮 열기가 한풀 꺾인다. 2km 정도 더 걸어가면 일주문이다. 일주문을 지나 백담사 주차장까지 이어진 길은 숲이 더욱 울창해 운치가 있다.

공룡능선 설경<사진=상상출판>

숨겨진 아름다움. 백담사와 수렴동계곡을 오르며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단어다. 백담에 오를 때마다 백담사까지만 둘러보고 내려오는 사람들. 아주 안타까운 듯 백담사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수렴동이라는 비경이 있음을 누누이 강조하는 설악산지기들. 그들이 열변을 토하는 자랑과 여행작가들의 수렴동 예찬을 일단 믿어보고 수렴동을 찾아 나섰다. 수렴동이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기 위해서. 단풍이 지나간 계곡에 들어서니 세상이 조용하고 깨끗하다. 그리고 계곡이 넓고 맑다. 설악동의 번잡스러움을 살짝 피해 내설악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백담지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을 풍경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오세암을 넘어서면 희끗희끗 이마에 눈을 이고 있는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백담지구 공영 주차장에서 도보로 10여분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만나는 백담계곡의 가을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깊은 속내를 드러낸 백담계곡을 친구처럼 옆에 두고 오르니 수렴동과 백담사로 갈라지는 수심교가 나온다. 백담사에 시선만 살짝 던지고 백담계곡에서 이어지는 수렴동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대청봉과 비선대<사진=상상출판>

도란도란 오솔길 사이로 이야기를 나누며 낙엽과 설경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넣으면서 오르는 수렴동계곡은 국내 제일의 계곡이다. 몇 년 전 백담사에서 만난 프랑스인 여교수와 이 길을 동행한 적이 있다. 노년의 여교수가 수렴동의 옥빛 물빛에 반해 연신 ‘뷰티플’을 외치며 계곡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고개를 들면 수렴동을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선 설악의 봉우리들이 멋지다 못해 든든하기까지 하다.

사라진 계곡이 다시 나타날 때쯤 수심교 건너 백담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심교 일대 계곡에는 중생의 소망을 담은 돌탑이 수없이 많다. 계곡에서 피로를 풀다가도 돌탑을 건드릴까 봐 조심스럽다. 백담사는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건립한 사찰이다. 만해 한용운이 출가하고 수행한 곳으로, 또 ‘님의 침묵’을 집필한 장소로 유명하다. 새로 지은 요사채가 많아 고풍스러운 멋은 덜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옛 백담사의 문이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만해의 시비와 흉상이 이곳이 그가 수행한 곳임을 알려준다.

백담사는 유난히 춥다. 대청봉에서부터 몰아오는 골바람이 휭휭 소리를 내며 몸을 덮치기 때문. 만해기념관을 관람하면서 느낀 그리움을 ‘산사의 찻간’으로 옮겨보자. 따뜻한 한방차로 몸을 녹이면 좋다. 백담사의 늦가을 풍경에 반해 하루를 묵고 싶다면 백담사 종무소를 찾아보자. 백담사를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코스 가이드=[1일]인제 - 한계리 민예단지 - 백담사 입구 - 백담계곡 - 백담사 - 만해 시비 - 수렴동 계곡 [2일] 백담사 입구 - 용대리 - 미시령 - 속초 설악워터피아 - 미시령 - 인제

가는 길=팔당대교 - 6번 국도 - 양평 - 44번 국도 타고 홍천과 인제를 지나 한계리민예단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미시령 삼거리로 간다. 백담사 공용주차장에 차를 두고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소공원 주차장까지 간 후(소요시간 15분),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오르면 백담사가 나온다. 백담사부터 수렴동계곡이 시작해 수렴동대피소에서 끝난다.

설악워터피아에서 온천욕=백담사의 가을풍경을 제대로 감상했다면 미시령을 넘자. 백담사까지 왔다면 속초의 겨울바다와 편안한 여행을 즐겨보자. 워터피아는 국내 최대의 온천시설이라는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온천 시설 관리가 철저하고 외설악의 얼굴격인 울산바위의 설경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