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쥐락펴락 열처리 “출혈경쟁보단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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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대기업 쥐락펴락 열처리 “출혈경쟁보단 협력을” 소기업, 물량 확보위해 덤핑도 서슴지 않아…친환경 공정 수요 전망

기사입력2016-03-23 14:1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열처리기술은 가열·냉각 등 열화학적 반응을 통해 금속소재의 표면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재료의 표면경도나 강도 등의 특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2018’에 따르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수출주도형 산업에 필요한 부품소재의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대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임가공 형태이며, 2013년 기준 열처리분야의 전체 사업체수 969개 가운데 소기업이 950개로 98%를 차지한다.

“열처리기술의 경우 제품특징이 정해지고 나서야 설계가 이뤄지는 수요자 중심의 산업입니다.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회사마다 다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 대기업에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가능한 규모가 있는 기업에게만 일을 맡기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세업체들은 죽어나는 상황입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열처리그룹의 김상권 수석연구원은 열처리산업과 관련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열처리업체는 단 1명이 운영하는 기업부터 종사자가 300~400명에 이르는 기업까지 규모면에서 편차가 크다. 자산 50억원 이상 되는 회사는 20개도 되지 않아 대부분이 영세하다.

김 연구원은 열처리산업의 대표적인 전방산업인 자동차산업 성장이 최근 주춤하면서 대기업들은 더 좋은 성능에 더 저렴한 가격을 원하게 되고, 이러한 요구에 맞추려다보니 소규모 기업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대기업은 2~3개의 하청업체를 경쟁시키는 경우도 있다. 경쟁을 통해 단가를 맞출수 있는 기업에 일을 맡기는 것이다. 투자비도 없고, 연구자금도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밭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윤기 교수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열처리산업의 과열경쟁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생산량이 일정수준 이상의 대기업은 대부분 자체 열처리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열처리는 임가공 산업이라서 기본적으로 열처리 로(열처리 장치)와 1~3명의 작업자 그리고 전력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기존 업체에서 독립해 10인 이하의 적은 인원으로 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업체가 경쟁하다보니 물량확보를 위해 출혈경쟁이 빈번할 수 밖에 없고, 수요기업은 일정 품질만 확보하면 원가절감을 위해 업체를 입맛에 맞게 바꾸는 일도 다반사라는 얘기다. 특히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가공만 하는 대표적인 임가공 산업이라, 중소업체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도 수요기업에서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채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교수는 “열처리 물량확보를 위해 과도한 덤핑도 서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술과 인력 유출에도 민감해 업체간 상호교류가 거의 없다”며 “기업들이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를 맺어 공동으로 장비를 개발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있는 기업 집중 지원…자체 공정 확보해야”

이처럼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소기업 몫이다. 영세업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조합을 만들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가입하는 기업도 많지 않고, 물량을 얻기 위한 출혈경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김상권 수석연구원의 전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김 연구원은 또 중국의 자동차 생산물량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관련 기업들이 함께 뭉쳐서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따라서 “자동차나 기계 등 대형 부품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닌 우수한 기술을 특화시켜 기술력있는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기 교수는 “중대형 규모의 열처리 업체는 유럽과 미국의 선진장비와 공정을 도입하는 게 대부분이고, 소형업체는 기술개발 여력이 없다”며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유럽 미국 일본의 선진기술 동향을 파악해 국산 열처리 장비를 개발하고 자체공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가공산업의 특성상 초기 열처리장치 구축비용을 제외하면, 인건비와 에너지 사용량에 의해 생산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절감할 수 있는 장치기술과 공정기술 개발이 급선무라고 했다.

해외보단 국내시장 성장률 높아…표면처리 기술 주목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세계 열처리기술은 독일, 프랑스, 일본이 주도하고 최근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가별 열처리산업 규모는 2013년 기준 미국 190억달러, 중국 110억달러, 일본 100억달러, 한국 40억달러다.

세계시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2%씩 성장해 2018년에는 약 11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보다는 국내시장 성장률이 높다. 국내 열처리분야 시장규모는 같은 기간 연평균 17.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야별로 표면경화 열처리기술 41%, 부품·소재 열처리기술 23%, 국부 열처리기술 21%, 복합경화기술 15%, 열처리 모니터링 및 품질관리기술이 1%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눈여겨 볼만한 것은 표면처리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연료절감형 진공침탄과 고주파, 저압 질화 공정 등 친환경 공정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표면경화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표면경화기술은 표면부에 대한 부분 열처리로 표면을 강화시키는 물리적 표면경화기술과 표면부에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침입형 원소를 확산 침투시켜 경화하는 화학적 표면경화기술로 구분한다.

물리적 표면경화기술은 고주파 및 레이저, 이온빔, 플라즈마 등 고밀도의 에너지원이나 화염을 이용해 필요한 부분에 국부적으로 경화하는 열처리기술이다. 빠른 가열과 냉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열처리 효율이 우수하고, 비접촉식으로써 대상의 크기와 형상에 제약을 덜 받는다. 제품의 생산량과 크기, 중량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열처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화학적 표면경화기술은 고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탄화수소나 질소 등에 소재를 투입, 화학반응으로 표면의 물성을 향상시키는 공정기술이다. 침탄, 질화, 패크라이징 등이 포함되며, 표면에 화학원소를 침투시키는 방법에 따라 기술을 분류된다. 에너지 소비형산업, 공해산업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기술발전을 통해 친환경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