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며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묘한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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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운전하며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묘한 설렘 유철상의 가족여행 ㊸춘천호반 드라이브

기사입력2016-04-24 00:0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호수에 둘러싸인 안개 도시 춘천. 봄기운을 뚫고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면, 산도 집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묘한 설렘을 건네는 춘천으로 드라이브를 떠나보자.

춘천 의암호 전경<사진=상상출판>

춘천호<사진=상상출판>

아침 일찍 나서 경춘가도를 달려 의암댐에서 춘천댐으로 이어지는 호반 드라이브 길은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운 코스다. 미루나무가 가득 담긴 한 척의 배처럼 호숫가에 둥실 떠 있는 중도를 곁눈질하며 달리는 호반길은 여유가 있다. 삼악산 입구를 막 지나치면 손에 잡힐 듯한 근거리에 춘천 시가지가 물그림자를 띄우고 춘천댐이 멀리서 보이는 곳에 이르면 직선에 가까운 강변길. 산 아랫자락을 휘감은 너른 호수 풍경을 마음껏 눈에 넣을 수 있다. 춘천댐에서 화천으로 올라가 평화의댐 구간까지 내친김에 달리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춘천댐을 넘어 춘천 외곽도로를 달려 소양호로 진입하자.

춘천여행의 시작은 우선 소양호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게 좋다. 가는 길목에 예쁘게 단장한 카페와 춘천의 명물 닭갈비집들이 들어서 있고, 그리 크진 않지만 무리 지어 꽃송이를 터트리는 벚꽃길이 상춘객을 먼저 맞는다. 여기에 두 가지 보너스가 더해진다. 소양호로 가는 배에 몸을 실어 육지 속 바다의 낭만을 느낄 수 있고, 그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청평사가 기다리고 있다.

청평산 아래 청평사<사진=상상출판>

청평사 연못<사진=상상출판>

청평사 가는 길의 계곡은 참말로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더불어 봄기운이 슬슬 나무들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사이 보송보송한 새순들이 고개를 내민다.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의 짜릿할 만큼 시원한 물소리며, 물고기 속살이 비칠 만큼 맑은 계곡이 자꾸 발걸음을 붙잡는다. 군데군데 등산의 여독을 탁족으로 푸는 여행객들도 눈에 띈다.

청평사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은 볼거리가 많다. 돌을 쌓아 산을 만들고 앞마당 끝에 물을 돌려 연못을 만들었다는 안내판이 그리 달갑진 않지만, 고려 때 이자현이 조성했다는 영지가 제법 자태를 드러내 청평사를 감싸는 오봉산 부용봉의 절경을 연못에 띄우고 있었던 것.

여기서 잠시 청평사를 목전에 두고 만나는 장쾌한 폭포는 이곳까지의 다리품을 반기기라도 하듯 시원스럽게 귀를 씻어준다. 폭포에서 약간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 작은 삼층석탑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일부러 찾아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탑이다. 고려 때 만들어졌다는 작은 탑은 일명 ‘공주탑’이다.

드디어 들어선 청평사 경내는 단아하다. 대웅전을 비롯한 극락보전의 가람배치는 절을 끌어당겨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오래된 석축이 천년의 세월을 쌓아 왔지만 건물들은 생나무 향이 채 가시지 않은 새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웅전 기와 너머로 울컥 다가오는 오봉산의 바위 얼굴이 여행객들에게 눈을 맞추는 것으로 청평사를 찾은 여운을 대신한다.

춘천 소양강<사진=상상출판>

초록빛 물빛이 산보다 먼저 다가오는 소양호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소양댐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언덕길을 오르면 거대한 댐의 위용을 대변하듯 ‘소양강 다목적댐’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소양호 유람은 호수의 수위가 올라간 5월경이나 장마 이후가 적기다. 봄에는 산과 호수가 모두 청록색 빛으로 수채화처럼 물드니 산빛인지 물빛인지 호수 속에 풍덩 빠지는 느낌이 절로 인다. 특히 초봄에는 하얀 안개가 산에 어려 안개꽃을 연출하니 사실 어느 때 찾아도 소양호는 매력을 발한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산과 맞닿은 물빛, 물과 맞닿은 산빛에 취할 수 있는 매력. 청평사를 둘러보고 그 감흥을 잠시 다스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여유를 부려볼 만하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