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때문에 외국계 차지? “시장 왜곡마라”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적합업종 때문에 외국계 차지? “시장 왜곡마라” 재계, 근거 약한 주장 내세워 ‘무용론’ 제기…중기, 해당업종 성과 주장

기사입력2016-08-08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내년말 두부 등 51개 적합업종의 일몰을 앞두고 재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적합업종 무용론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자료=비자트>

내년 하반기에 김, 단무지, 송배전변압기, 두부 등 51개 적합업종의 보호기간이 끝난다. 2018년 상반기에는 폐목재재활용업, 목재펠릿보일러, 계란도매업, 음식료품 및 담배중개(도매업) 등 4개 업종의 보호기간이 만료된다. 그리고 2019년에도 기타곡물가루, 사료용 유지, 플라스틱 봉투 등 19개 업종의 보호기간이 끝난다.

적합업종 보호기간이 만료된 업종은 두가지 중 하나의 경로를 밟는다. 최장 보호기간인 6년을 채웠다면, 일몰규정에 따라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하나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지 3년이 경과한 업종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가진다. 일몰규정에 따라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는 업종은 이른바 자유시장에서 대기업과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승부를 겨뤄야 한다. 재협의를 거쳐 적합업종 보호기간을 1회 더 연장하는 업종의 경우에도 대기업과 힘겨운 협상을 앞두고 있다. 둘 모두 칼자루를 대기업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추진한다. 말 그대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다. 동반위에 따르면,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중소기업의 경영악화 등을 초래한 경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역할분담 기준을 제시한다. 또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적합업종 일몰 또는 재협의를 앞두고 협상의 당사자인 대기업들은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내진 않지만, 적합업종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몰을 앞둔 업종 또는 재협의를 준비하는 업종 대표들이 동반위에 속속 신청서를 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일몰 시기

<자료=동반성장위원회>

2011년 제조업 그리고 2012년 서비스업에 대한 적합업종 제도가 시작된 이래 대기업은 줄곧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적합업종 지정이 통상마찰을 불러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특히 대기업의 빈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차지한다는 이유를 들어 적합업종 무용론을 내세운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의 경우 분명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4년 적합업종 제도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의 성장성·수익성은 물론 경쟁력 확보에도 실익이 적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적합업종 중소기업의 총자산성장률, 총고정자산성장률 등이 나빠졌고 부채비율, R&D지출, 종업원수증가율, 무형자산증가율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경련이 발표한 조사의 표본수가 655개로 중소기업연구원 조사 표본수 5024개의 13%에 불과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전경련 주장의 근거가 되는 12개 항목 중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항목은 매출증가율, 영업이익률, 총자산증가율, 총자산순이익률 4개 항목 정도이며 이들 항목에 변화가 있다면 적합업종 제도는 유의미하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적합업종 지정 이전인 2010년과 2011년, 이후인 2012년과 2013년 2년간의 평균수치를 근거로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2년 동안 경기요인으로 중소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적합업종 기업의 경우 매출액증가율은 10.9%p 하락, 15.3%p 떨어진 대조군 기업과 비교해 그 폭이 적었다. 총자산증가율도 적합업종 기업이 2.6%p 증가한 반면 대조군 기업은 -11.6%p였다. 영업이익률의 경우에도 적합업종 기업은 -0.1%p인 반면 대조군기업 -0.7%p다. 총자산순이익률은 적합업종 기업이 0.05%p 상승했고, 대조군 기업은 1.65%p 떨어졌다.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기 직전연도인 2010년 이후 업체당 평균 매출액증가율은 2010년 6.84%에서 2011년 4.82%, 2012년 7.19%로 증가세다. 근로자 평균 증가율도 2011년 이전 마이너스였지만 2011년 29.65%, 2012년 20.68%로 돌아섰다.

적합업종 시장에서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차지한다는 재계의 주장도 사실관계를 과장 또는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LED시장의 경우 재계는 2013년 기준 오스람, 필립스 같은 외국계 기업 시장점유율이 60%까지 늘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5%에 불과하다.<자료=비자트>

지난 4월 서울시에 따르면 LED시장의 경우 재계는 적합업종 지정 이후 2013년 기준 오스람, 필립스 같은 외국계 기업 시장점유율이 60%까지 늘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5%에 불과하다. 재생타이어의 경우에도 외국계 기업이 15%까지 늘었다고 했지만 미쉐린의 경우 0.9%며, 브리지스톤은 재생타이어 원료인 벤딕만 국내기업에 제공했다. 일본 외식업체의 국내시장 진출 우려도 사보텐(아워홈), 코코이찌방야(농심), 만텐보시(매일유업), 잇푸도(AK프라자), 모스버거(미디어홀딩스), 호토모토(동원수산) 등은 국내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얻어 운영, 외국기업들의 진출과 무관하다고 동반위는 밝혔다.

적합업종 지정 후 6년이 돼 일몰을 앞둔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떡류 업종) 조희구 전무는 이와관련 “2011년 대기업의 체인점 확장 자제에 따라 전국 전통 떡시장이 유지돼 왔으나, 또다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전국 200개 중소기업과 1만여 자영업자는 동네 빵집과 같이 대기업 체인점에 흡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마다 특색있는 곡물과 장인의 손길에 의해 다양한 맛을 내는 전통떡을 유지하기 위해서 재지정이 절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동반위에 재협의 신청을 한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송배전변압기 업종)의 김종우 차장은 “대기업에서 공사를 수주해 관리비를 떼고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준다”며 “하도급 시공업체는 공사가격이 낮아 자체 손해를 보고, 이들 업체에 납품해야 하는 송배전변압기 제조업체 또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은 기술력과 자금력이 필요한 대규모 발전소·변전소 등에 들어가는 배전반, 중소기업은 일반적인 기술이 필요한 아파트·빌딩·상가건물 등에 들어가는 배전반으로 구분해 생산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은 내수를 튼튼히 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반성장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