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고 싶었던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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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고 싶었던 빈센트 전민지 칼럼니스트의 영화속 미술 ⑦반 고흐:위대한 유산

기사입력2016-12-05 19:09

전민지 객원 기자 (artalice.mj@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반 고흐:위대한 유산’ 영화포스터

빈센트 반 고흐는 수많은 명작을 남겼고, 그의 천재성과 열정을 후대는 빈센트를 위한 노래와 전시로 남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 대한 사랑의 열기와는 반대로 당시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판매했다. 프랑스 미술계에서는 정통유파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홀대했다.

영화는 빈센트를 평생토록 증오한 조카, 빈센트 빌렘 반 고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삼촌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인 테오가 죽었다고 믿는 빌렘은 자신의 집에 가득찬, 심지어 그림이 화장실에까지 있는 지긋지긋한 빈센트의 그림을 처분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중 빌렘은 고흐의 작업과정을 보고 그의 지인을 만나면서 마음을 돌린다.

네덜란드 출신인 고흐는 삼촌의 갤러리 ‘구삘’에서 딜러로 일을 했다. 인간의 신체 비율을 중요시하고 화폭에 노동자들을 담지 않았으며 그림은 오로지 신성하고 감상 목적이었던 당시 관습에 반감을 느낀 고흐는 실제 삶을 그리고 싶어했다. 그가 진정 살고 있으며 느끼는 ‘삶’이란, 흙내와 노동자들의 땀내가 나며 촛불 하나에 의지해 온 가족이 모여 저녁 한끼를 먹는 사람 내음이 나는 것이었다.

기존의 화폭에 담긴 소재들이 화가의 위선적인 시선이라 여긴 빈센트는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그림을 그리러 떠나게 된다. 고흐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프랑스는 그림의 정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고갱을 만나게 되고 반 고흐의 그림은 더 자유로워진다.

빈센트 반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 1890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강하고 화려한 색채와 터치로 아름다움을 자아내지만 이면에 아프고 서글픈 느낌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그토록 아름답기만 한 그림을 그리며 빈센트 반 고흐는 왜 이리 외로움과 고통에 시달렸는지 마음이 시리기만 하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에도 청년 빈센트들이 존재한다. 지금 시대는 비록 예술의 정통성을 운운하지 않지만 그림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청년 빈센트들은 생계와 싸우며 세상에 아름다움을 남긴다. 그림은 세상을 향한 그들의 목소리다. 영화에서 빈센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이 시대의 청년 빈센트들의 목소리는 곧 우리 사회의 목소리며 그들의 목소리와 외침이 끊이지 않도록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것이 감상자들의 몫인 것 같다.[2014.10.30/116분/네덜란드/12세 관람가/감독 핌 반 호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