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 표면을 넘어 심리적 표현 통해 영감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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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형상 표면을 넘어 심리적 표현 통해 영감 얻는 것 [그림을 읽다:한국화] ⑫상상의 심미경계, 의경(意境)

기사입력2016-12-19 19:37

오민수 객원 기자 (dat112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겸재 정선, 호방(사공도시품첩), 비단에 엷은 색, 27.8 x 25.2cm,1749

의경(意境) 개념은 동아시아의 문예사에서 오랜 세월을 통해 발전하는 과정을 겪었다. 예술의 ‘경계(境界)’ 또는 ‘의경(意境)’이라는 용어는 예술의 어떤 분야가 비교적 완전하다고 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된 바탕 위에서 제기됐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동양예술에서 의경(意境)은 서양예술에서 나타나는 객관적 대상에 대한 사실적 재현과 달리 형상의 표면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심리적인 표현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것에 의미를 두고 표현되어진다. 예술작품을 하는 것은 작가의 심상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는 창작활동이다. 예술가는 작품 속에 자신의 사상과 감정(感情)을 표현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개념의 대상물과 만나게 되면 상상력과 창의성을 유발해 예술창작의 의경(意境)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 예술이 추구하는 인간의 주체정신을 ‘의(意)’라고 한다. 의(意)의 주요 사전적 의미는 의지, 견해, 속마음, 감정, 의미, 의기, 예상 등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생각과 이로 인해 생겨난 의지, 희망, 감정, 회의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예술가의 의지·정신 등이 작품에 표현된 것으로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전달하는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의(意)는 문맥에 따라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중국 예술에서 예술의 형식적 특성뿐 아니라 내적 철학성과 문학성, 도덕성과 교양까지 아우르는 덕목이다. 사물을 그려낼 때 그것의 본체를 표현하고, 성심지정(性心志情)을 모두 포괄하는 창작주체로서의 의(意)를 그려내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성, 독비과석도, 126.3x104.9cm, 오사카시립미술관

‘경(境)’은 경계(境界), 의경(意境) 등으로 쓰이는데 이는 “서양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에 해당하는 동양적인 사유방식을 포괄적으로 지시하는 개념”이다. 경(境)은 시간성, 공간성, 추상성, 사상성을 포함하는 축적된 의미를 지녀 보편적인 심미범주로 이해 될 수 있으며, 주체의 심미적 관조를 포함한 자연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의 ‘경(境)’은 외적 대상으로서의 경물(景物)만이 아닌 주체의 심미적 의(意)를 그 경계에 포함한다.

또한 ‘경(境)’은 주체의 마음속의 경계(境界)를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속에 떠오른 상상의 상태가 아니라 주관의 ‘의(意)’에 주체가 관조한 객관적 대상물의 심리적 공간을 받아들인 것이며, ‘경(境)’은 예술가에 의해 표현된 예술 경계, 즉 시경(詩境), 화경(畵境) 등을 지칭한다.

의경(意境)은 심미의식을 깊이 구현한 미학 개념

중국 전통 미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색 있는 개념 중 하나인 의경(意境)은 경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의태(意泰), 의념(意念), 의기(意記), 의취(意趣), 의지(意志) 등이 의경(意境)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이들은 광대무변한 자연을 집약해 한 화면에 집중시키고자 하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의경(意境)은 객관적 대상을 관찰하고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나 오히려 상상속에서 예술가가 창조해 낸 것들과 또 감상자가 작품을 보고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는 상상의 심미경계를 간단한 한 단어를 사용해 복잡한 심미활동 중의 대상공간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예술에 있어서 경(境)은 창작단계의 의경(意境)이 감상단계의 의경(意境)에서 드러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감상자 역시 감상할 때 정신이 상(像) 밖을 노닐게 하며 뜻이 가운데 있게 해 의경(意境)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이로써 예술 공간이 창조되는 것이다. 현실 시공(時空) 속의 공간과 정신적 심리 공간이 교차하며 한 화면에서 예술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팔대산인, 산수어 조도-책, 청, 지본수묵, 6.5×19.5cm

객관적으로 화면은 구체적인 시공(時空) 배경이 없으면 복잡한 공간관계를 구성할 수 없다. 화면 인물을 이러한 신비하고 무형의 배경 속에 배치함으로써 실제 공간 속의 인물의 동태를 훌륭하게 표현했으며, 동시에 현실 공간의 속박을 벗어나 화면 공간이 확장되게 했다. 이것이 바로 화가가 교묘하게 허실 겸비의 표현 수법을 이용해 달성한 유한으로 무한을 표현한 공간 효과이다.

의경(意境)이 드러났다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객관적 대상의 경상(景象)에 집착자의 정감, 사상이 모두 녹아든 의(意)를 최대한 표현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예술작품에서 창작자의 의(意)가 생동하면서도 함축적이며 암시적으로 드러나 감상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창작자의 의경(意境)을 재창조해 활성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내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예술형식에 있어서 감상자는 특히 중요하며 상상과 체험 없이 의경(意境)은 불완전한 것이다. 이와 같이 회화에 있어 의경(意境)은 상(象)의 표현 또는 상외(象外)를 통해 드러난다.

의경(意境)은 시대적 특징을 지닌 예술의 심미 범주이지만, 동시에 동아시아 사람의 성숙한 심미의식을 깊이 구현한 미학 개념이기도 하다. 동아시아의 의경(意境) 이론은 인류의 지적 작업이 일구어낸 결정체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의경(意境)은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을 일찍이 일구어 낸 적이 있다. 지금 새로운 시대에 의경(意境)의 창조는 새로우면서 다양한 발전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심미 특징은 풍부한 형태로 새로운 시대의 인간(사회) 생활의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구한다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