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년…中企 수출증가 효과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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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한·중 FTA 1년…中企 수출증가 효과 ‘아리송’ 수혜 30대 품목에 中企 주력제품 하나도 없어…비관세 장벽도 높아져

기사입력2016-12-23 00:00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지 지난 20일로 1주년을 맞았다. 관련부처에서는 글로벌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유가하락 등으로 對中수출이 감소(-10.9%)했음에도 FTA 혜택품목 수출의 감소폭은 적다(-4.0%)는 점을 들어 한·중FTA가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수출에 한·중FTA가 가져다준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FTA 발효직후 한국경제는 각종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기대에 부풀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중국 경제성장의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FTA 발효 10년 후 실질국내총생산(GDP)이 0.96%p 늘고 고용도 5만여명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FTA발효 즉시 고주파 의료기기 등 958개 한국산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고 올해 1월1일 5779개 품목이 2년차 관세인하에 들어갔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FTA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도 수치상 실적은 기대수준 이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통상자원부가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에서 11월 사이 대(對)중국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줄었다. FTA 발효전인 지난해(-5.6%)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교역량도 8.5%줄었다. 중국시장에서의 한국제품 점유율이 올 10월기준 10.5%를 기록해 1위를 달성했다지만 지난해 점유율(10.9%)보다 줄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중FTA 발효 이후 상위 30개 수출품목(HS 10단위 기준)은 전자집적회로, 액정 디바이스, 석탄, 차량용 부분품과 부속품, 비환식탄화수소, 기타기계류 등 제조업 관련 부품(부분품)이 다수다.

그러나 한·중FTA 발효 전 對中수출품목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았고 FTA 발효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평가됐던 가공된 가정용 식음료(FTA 발효 전 87.9%), 가공된 산업용 식음료(57.6%), 미가공 산업용 식음료(65.0%) 부문은 대외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상위 30개 수출품목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외 반내구소비재(49.6%), 비산업용 운송장비(59.0%)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한류특수로 미용·화장품(24%) 등의 품목은 수출실적이 증가했지만 FTA 특혜품목과 함께 비특혜품목의 수출도 증가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중FTA의 영향이라고만 평가하기 어렵고, 이들 품목 또한 30대 품목에 끼지 못했다. 이밖에 의류, 냉장고, 난방전열기기 등의 소비재수출은 줄었고 비누·치약·화장품의 수출도 대폭 감소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부는 애당초 “중국과 한국의 산업구조가 비슷함에 따라 경합이 예상되는 기존 주력 소재·부품위주의 수출을 벗어나 패션, 영유아용품, 의료기기, 고급 생활가전 등 중소기업의 주력 수출품목인 소비재분야의 對中 수출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이들 품목 역시 30대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함께 FTA효과로 기대했던 비관세장벽의 완화효과도 미미하다. 정부는 ▲700달러 이하 물품 원산지증명서 제출의무 면제 ▲48시간내 통관 원칙 ▲반덤핑 조치 사전통보 ▲비관세조치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 확보 ▲양국 원산지 전자자료 교환시스템(EODES)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철강, 반도체. 전기·전자 등에 대한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7월 발간한 ‘중국의 對 한국 보호무역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00~2008년 총 818건이었던 중국의 對한 비관세장벽 건수는 2009~2015년 1597건으로 약 2배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통상보복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 방송·연예계에 퍼진 한한령(限韓令, 한류콘텐츠 금지령)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정부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많은 경제적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측했던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한 관계자는 “한·중FTA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라벨을 붙여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돼 기대가 컸는데, 정부가 이러한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 무역투자정책팀 이규엽 부연구의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의 한·중FTA 수혜를 늘리기 위해서는 관세인하품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수출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력과 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별도의 고정비용이 들지 않아 대기업, 중견기업과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전자상거래 1위 국가로 전자상거래산업을 집중육성하고 있는 만큼, 지역별로 전자상거래 입점기업에 혜택을 주는 등의 지원책이 있어 이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민경실 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한·중FTA 발효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과와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10년~20년에 걸쳐 효과가 단계적·장기적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사전에 원산지증명서나 인증 등에 철저히 대비해 FTA활용률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FTA를 체결했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통관지연, 지식재산권보호 등과 관련해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가 나서 중국정부와 비관세장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