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 ‘미래염원’…보물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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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와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 ‘미래염원’…보물 가득 유철상의 가족여행 <69>화순 천불산 운주사㊦

기사입력2017-01-29 09:25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운주사에 천불천탑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불상 91개와 탑 21기만이 남아 아쉬움을 더한다. 하지만 각양각색으로 생긴 부처와 탑의 모습은 신비함으로 가득하다. 운주사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구층석탑(보물 제796호)이다. 운주사에서 가장 높은 10.7m짜리 석탑인데, 넓은 자연석 위에 지대석과 기단 겸 탑신을 올려놓아 9층까지 이루었다.

감실 속의 부처<사진=상상출판>

찬찬히 보아야 하는 운주사의 보물들

운주사의 지형이 배의 모습과 같아 9층석탑은 돛대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마침 생긴 모양도 돛대와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조화를 이루면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탑신석의 특이한 마름모꼴 교차문양과 꽃잎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운주사 중심탑, 즉 돛대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한다. 뒤에 바로 7층석탑이 따르는데, 9층석탑에서 사선으로 바라보는 그 조화가 운주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9층석탑을 지나면 돌로 만든 함처럼 생긴 석조불감(보물 제797호)과 만난다. 불감의 석실 앞면과 뒷면에는 각각 2.5m 높이의 석불좌상 2구가 안치되어 있다. 석조불감에서 북쪽으로 5m정도 떨어진 곳에는 사용된 석재가 모두 원형으로 이루어져 보기에도 앙증스러운 원형다층석탑(보물 제798호)이 있다. 제기 위에 떡을 포개놓은 것 같아 일명 ‘떡탑’이라 불리며, 한국 석탑에서는 보기 힘든 양식으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바위너설 야지에 있는 불상(위)과 석탑<사진=상상출판>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

운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부부와불과 칠성바위이다. 대웅전 오른쪽 다탑봉 위에 있는 부부와불은 부부가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이다. 길이 12m, 폭 10m의 이 와불이 일어서면 용화세상을 이룰 수 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도선국사가 하루 낮과 밤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고자 했으나, 동자승이 장난삼아 닭소리를 내는 바람에 결국 완성을 못보고 와불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이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흥미진진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좌불과 입상의 형태로 누워있는 부처는 세계에서 ‘와불’ 하나뿐. 자세히 보면, 불상 아래쪽에 쐐기를 박아 떼어놓으려는 흔적도 보인다. 또한 두 와불 중에 아래 와불은 머리에 붙어 있어야 할 육계가 떨어져 옆에 서 있다. 누군가가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잘라낸 흔적인 듯 보였다.

미래를 염원하는 와불<사진=상상출판>

와불을 감상하고 내려오다 보면 칠성바위 표지판이 눈에 보인다. 칠성바위도 와불과 함께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각기 다른 7개의 타원형 돌인데 북두칠성을 상징한다해서 칠성바위란 이름이 붙었다. 북두칠성 7개 별의 밝기와 거리에 비례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칠성바위의 위치각이 북두칠성의 각도와 똑같아지는 날, 미륵세상이 온다고 한다. 이런 설화들이 있어 더욱 신비로운 곳이 바로 운주사다.

각양각색의 운주사 탑을 제대로 보려면 대웅전 뒤에 있는 공사바위에 올라가야 한다. 이 공사바위는 옛날 천불천탑 불사를 할 때 도선국사가 내려다보며 지시했던 바위라 공사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실로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면 절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S자 모양의 굽이치는 계곡에 수많은 탑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신비 그 자체다. 이곳에서 바로 도선국사가 공사 감독을 하고 있었으리라. 그 때도 지금처럼 불었을 스산한 바람과 넓은 땅에 세워진 불탑과 부처들. ‘몽환적’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미래를 염원하는 미완성 와불=운주사 서쪽 산 능선에는 거대한 와불(미완성 석불) 둘이 누워있다. 조상 대대로 사람들은 “천번 째 와불이 일어나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마도 운주사 천불천탑은 부처님이 강림해 불국정토의 이상세계가 열리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조성한 미완성 석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