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고시원, 주거복지 사각지대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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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반지하 고시원, 주거복지 사각지대 없애야 한다 취약계층 공공임대 확충 필요…차기 대통령 ‘주거복지 어젠다’㊤

기사입력2017-05-02 20:22

남상오 객원 기자 (nso911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차기 대통령의 ‘주거복지 어젠다’를 생각하며

우리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거문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학계·전문가 영역에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급박하게 치러지는 대선이고,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도발 등 안보이슈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차기정부에서 보다 나은 주거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19대 대선 이후의 ‘주거복지 어젠다’를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주거복지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저소득층·고령층 등 소외계층 및 지역을 배려하는 ‘포용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질 것이란 의미다.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및 고령화 등 주거 수요자의 변화된 환경도 주목해야 한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27.2%,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5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의 비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18.1이다. 즉 생산가능인구 5.5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19세 미만 미성년자와 60세 안팎의 장년인구를 제외하면, 취업인구의 노년·유아부양비는 훨씬 높아진다. 가계소득과 인구구성 변화에 따른 주거수요 및 공급정책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택 임차시장도 소유에서 거주,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물량확보 위주에서 복지연계·관리 등 전달체계 강화, 임대주택 공급위주에서 바우처 등 수요자 지원 확대, 임대주택 건설방식에서 매입·전세방식이 강화되고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관리시대에 맞춰 공공주택 관리모델 확립도 필요하다.

◇소유권과 동등한 주거권 부여=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무주택 서민, 저소득층, 젊은층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현재 주거불안 현상은 주택시장 내에서 임차인의 주거권을 충분하게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공급에 앞서 임차인의 주거권을 소유권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혁신적인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공급에 따른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을 의무화 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영구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시급하다.

◇취약계층지원 공공임대주택 확대=차기 대통령은 2035년까지 주택보급률 120%를,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20%를 목표로 한 장기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차가가구의 소득 5분위 중 1분위에게 공공임대주택 100%, 2분위에게 80%, 3분위에게 50%, 4분위에게 40%를 공급할 수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을 차질없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임기인 5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연간 20만호(건설 12만호+매입 8만호)를 확충해야 한다. 이밖에 연간 청년층 5만호, 중장년층 9만호, 노년층 6만호 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비닐하우스나 노숙·쪽방거주자, 시설입소자 등 주거권 박탈위기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주거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반지하 주택, 창문과 도로가 맞닿아 있다.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국가재정 투입과 함께 국민연금 적립금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와함께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거급여제도와 국민·영구임대 및 매입·전세임대, 공공실버주택과 행복주택, 청년창업지원주택 등 기존정책 가운데 성과가 좋은 것은 지속돼야 한다.

◇주거복지 사각지대 개선 노력=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비닐하우스나 노숙·쪽방거주자, 시설입소자 등 주거권 박탈위기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주거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소지 미등재와 수돗물 미공급에 따른 인권유린을 막고, 체비지변상금 및 이행강제금 압력과 화재위협에 노출된 계층에 대한 공약이 없다. 쪽방·고시원 역시 유입이동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주거지원과 복지서비스 연계가 미흡하고, 적절한 주거상향 수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비닐하우스에 대해 주소지를 인정하고, 주거환경개선 및 사회복지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행강제금 및 체비지변상금 부과방식도 개선하고, 자조주택 건설방식을 통해 비닐하우스를 대안주택으로 개량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탈노숙을 위해 주택서비스와 복지서비스 결합방식인 지원주택(Supported House)사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나 경제적 자활을 촉진시키려는 행정적 조치도 필요하다. 보다 넓고 쾌적한 방, 저렴한 월세, 상부상조 이웃으로 살아가는 고시원 대안주거협동조합운동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

◇주택 전문관리위탁 의무화를 통한 전세제도 개선=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이자부담이 없는 목돈 거래다. 이는 정상적인 주택관리가 배제된 비공식적인 거래이며, 주거소비의 지표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전세금이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개별적 임대차계약으로 작동하는 호가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기에 집주인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전세가격을 올리는 등 위험부담의 대부분을 세입자에게 떠넘긴다.

잊을만 하면 반복해서 나타나는 ‘전세대란’ 또는 ‘전세가폭등’은 관리되지 않고 있는 전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다. 전세가격은 상승해도, 하락해도 세입자나 집주인 모두에게 피해를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다.

이제는 주택건설보다 관리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집주인을 대신해 주택 전문관리법인이 세를 놓도록 해야 주택시장이 투명해지고, 수요공급의 메커니즘이 되살아난다. 주택소유자 개인에 의한 임대를 차단함으로써 전세제도의 병폐를 치유하는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을 통해 비정상의 주택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