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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상습적 ‘블랙컨슈머’ 어떻게 대처하나
과도한 보상 직접 요구하고, 인터넷·SNS 통해 파장 키우는 행태 보여
- 기사입력2017-05-11 20:08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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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악성 민원을 고의적·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라고 보면 된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과거에는 기업의 허위 과장광고가 주로 문제가 됐는데, 최근에는 소비자의 윤리문제로 중심이 옮겨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SNS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소비문화가 등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가 등장하면서 블랙컨슈머도 증가하고 있다.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고객이 상품을 구입한 후 상품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기업에 제기하는 것을 영어로 클레임(CLAIM)이라고 한다. 어떤 고객이든, 자신이 구입한 상품에 대해 불평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블랙컨슈머는 보통 자신이 입은 피해에 비해 과도한 클레임을 제기하고,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을 넘는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사회적 파장을 키우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 등 공적기관을 이용하기보다 해당 기업이 직접 해결하기를 요구한다. 고객응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항상 이 블랙컨슈머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폭발’ 사건과 P제과점 ‘쥐 식빵’ 사건
블랙컨슈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폭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쥐 식빵’ 사건이다.
2010년 어느날, 인터넷 게시판에 삼성전자의 매직홀 폰이 충전 중 발화가 됐다는 글이 올라온다. 휴대폰 소유자는 인터넷에서 ‘휴대폰 환불남’으로 불리며,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1인 시위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리움 미술관, 에버랜드,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진행된다. 그리고 그 휴대폰 소유자는 본인의 1인 시위 과정을 그대로 인터넷 게시판에 매일 매일 올린다. 참다못한 삼성전자 측은 결국 그 사람을 고소했다.
수사과정에서 폭발했다는 휴대폰은 수거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제출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한 것과 같은 상태”라는 의견을 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우선 자신의 집에는 전자레인지가 없다고 주장하던 휴대폰 소유자의 집에서 전자레인지가 발견된다. 그리고 휴대폰 소유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론에 대해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수사기관이 강압 수사를 한다고 하면서 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한다.
블랙컨슈머는 보통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을 넘는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사회적 파장을 키우고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도록 유도한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그러다 결국 범행일체를 자백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도 시민단체들이 계속 시위하라고 부추겨서 했다고 변명을 하기까지 한다. 결국 법원에서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실 이 징역 1년도 삼성전자 측에서 가해자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점이 참작된 것이다.
다음으로 ‘쥐 식빵’ 사건이다. 2010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P제과 체인점에서 구입한 밤 식빵 속에서 구워진 쥐가 들어 있다는 사진이 올라왔다. 굉장히 혐오감이 드는 사진이었는데, 누가 봐도 빵이 구워지기 전에 쥐가 빵 반죽 속에 들어가 함께 구워진 것을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올라온 것은 2010년 12월23일 새벽 1시 경이었다. 2010년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P제과는 2010년 가을부터 이 드라마를 통해, 자사의 빵을 홍보해왔다. 그런데 케이크 등 매출이 발생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이런 사고가 나서 피해를 입게 됐다. 이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고, P사는 실제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P사의 대응은 신속하고, 효율적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12월23일 오전 P제과회사 본사에서 상황반을 꾸리고 대외협력실, 홍보팀, 식품연구소를 포함한 회사 차원의 대응팀을 조직한다. 당일 오후 2시 긴급 기자 브리핑을 통해, 밤 식빵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빵 제조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음을 언론에 확인시켰다. P사의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좋지 않았다.
12월25일에 P제과점 점포 내 CCTV에 찍힌 ‘쥐가 들어간 밤 식빵’의 구매자가 인근 경쟁사 점포 주인의 자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P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쥐 식빵 성분 정밀 감정을 의뢰했고 12월29일 감정결과, 빵의 반죽 성분이 파리바게트의 반죽 성분이 아닌 T사의 반죽성분과 일치함이 밝혀졌다. 그리고 ‘쥐 식빵’의 사진을 올린 사람이 자신의 자작극임을 실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주일 동안의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두 사건 모두 우리나라에서 블랙컨슈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항상 등장하는 일화다. 삼성전자와 P제과점 두 회사의 적절한 대응으로 일이 커지는 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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