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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시금석…삼성 위장계열사 의혹 ‘삼우’

부영을 고발한 공정위라면 당연히 삼성도 조사해야 한다 

기사입력2017-06-19 17:5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재벌그룹 대부분은 자체 브랜드의 종합건설업체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 사세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그룹 계열사 사옥을 포함해 건축·토목에 대한 기본수요가 있다. 안정적인 일감이 늘 있기 때문에 재벌그룹 전체의 위기상황만 아니라면, 재벌총수가 대주주로 있는 건설회사의 밥벌이는 보장된다.

 

재벌그룹의 건설사 운영은 또 다른 메리트가 있다. 비자금 화수분이 건설사에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완공되면 토목의 경우 땅 속에 묻혔으니, 그 속에 들어간 자갈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하다. 건축도 마찬가지여서 콘크리트 속에 들어간 철근이 설계도에 맞게 정확하게 들어간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공사에 동원된 인부의 숫자는 고무줄 같고, 수십종 이상 투입되는 장비비 또한 뻥튀기하기 어렵지 않다. 설계변경을 통해 총공사비가 당초 공사비의 두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흘러넘치는 돈으로 비자금 만들기 가장 좋은 사업중 하나가 건설업이다. 경제와 시장논리로만 기업운영을 할 수 없다는 억지논리로, 뒷돈이 필요했던 재벌총수들에게 건설사는 그룹사 주력업종 못지않은 효자업종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은 특정 재벌그룹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종합건설사들이다. 구멍이 숭숭이란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합건설사들은 일명 일감몰아주기 금지법규제의 대상이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공정당국의 통제와 감시의 범위를 벗어나 재벌총수들이 하나씩 하나씩 빼먹을 수 있는 줄줄이 사탕같은 알짜배기 건설관련사가 있다. 알토란 같은 건설관련사를 통해 재벌총수들은 자신의 자산도 늘리고, 다른 기업에 돌아가야 할 사업기회도 박탈함으로써 자유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해당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와 삼성그룹간의 관계 즉 양자간의 얽힌 인연을 알지 못한다. 1976년에 설립된 삼우는 1985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후,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이 차명주주를 통해 지배하는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불러왔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및 청담동 빌딩, 삼성미술관 리움, 삼성전자 용인연수원, 삼성서울병원, 신라스테이 제주 등 삼성계열사 건축물 대부분이 삼우의 손을 거쳤다는 것도 위장계열사 의혹의 근거였다. 설계 및 감리업무를 업으로 하는 삼우를 삼성이 위장계열사로 운영한 이유는 건설사가 설계업을 병행하지 못하도록 한 건축법 규제 때문이었다. 건축법 개정에 따라 종합건설사에 설계업이 허용되자, 2014년 삼성물산은 삼우 지분 100%88억원(영업권 19억원 포함)에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삼우에서 감리업을 제외한 설계부문만 합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우는 201512월 기준 매출액(2277억원)중 삼성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만 60.78%(1384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의 알짜배기 자회사다. 삼성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을 통해 삼우는 같은 해 영업이익 1733억원, 순이익만 141억원을 벌었고,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호주머니는 두둑해 졌다.

 

60.78%에 달하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규제에서 빠져나간 이유는 삼우주식을 이재용 부회장이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앞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 지적한 이유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정의 실효성 여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차치하고, 삼우의 히스토리를 좀 더 얘기해 보자. 시간이 흘러 위장계열사 논란이 잠잠해질 즈음, ‘한겨레21’은 지난해 8삼우의 현재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는 내용의 삼우 임원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위장계열사 의혹의 일단을 드러낸 첫 번째 보도였다. 이후 1년여가 흐른 지난 18일 한겨레신문은 삼우 소속 직원들의 인사카드에 삼우삼성의 입사일이 같이 기록돼 있는 점이나, 삼우 직원이 삼성공동의료보험조합에 가입돼 있는 등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한겨레는 2014년 삼우의 삼성물산 편입과정에서 삼우 임원들이 삼성의 대리인 역할만을 했다는 발언도 함께 보도했다.

 

한겨레의 두차례에 걸친 보도 내용, 삼우의 삼성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수주실적, 2000억원 매출이 넘는 회사를 단돈 19억원(삼우자산가치 69억원 제외)에 인수한 수상한 거래 등을 고려한다면, 삼우는 삼성의 위장계열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갖게한다. 위장계열사 의혹이 사실이라면 삼우가 주식회사로 전환한 1985년 이후, 삼성은 30년 이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방지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원칙을 명시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셈이다. 또 위장계열사 운영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이 정한 주식소유현황 등과 관련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다18일 공정위가 재계순위 16위인 부영을 검찰에 전격 고발한 대목 중 하나가 위장계열사 운용이다. 삼성은 부영과 똑 같은 범죄를 수십년 이상 해온 셈이다.

 

부영을 고발한 공정위라면 당연 삼성도 조사해서 혐의점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법 위반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가 지금 삼성의 위장계열사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지 않다면, 김 위원장이 공언한대로 직권조사를 하지 못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공정위는 관련 의혹을 지난 97년과 99년 두차례 조사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공정위와 지금의 공정위가 달라진 것은 재벌개혁을 국정과제로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공정위를 이끄는 수장이 바뀐 것 뿐이다. ‘삼성저격수라는 별호에 맞게 김상조의 공정위가 삼성을 저격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특히 재벌개혁의 성패를 유추할 수 있는 시금석 또한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에 대한 사건 처리라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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