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대리점 상하관계” 적합업종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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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통신사와 대리점 상하관계” 적합업종에 기대 도소매 장악 이통3사, 직영점과 대리점 차별…전국이통통신유통협회

기사입력2017-07-19 13:5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인 1스마트폰’ 시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 1월 발표한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만 6세이상 국민의 스마트폰기기 보급 수는 4641만8474개로, 보급률이 85%에 이른다. 지난 2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조사한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50%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함께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까지 개선·향상됐는지 따져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통신기본료 폐지’가 대선공약이 되고, 이동통신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거론되는 것만 봐도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이면서도 들쭉날쭉한 단말기 가격과 높은 통신료는 소비자가 이동통신사와 통신기기 대리점·판매점에 불만을 갖게 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구조를 놓고 본다면, 통신기기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잘못’한 것 이상의 과다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제조사와 대리·판매점 중간에서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데, 대리·판매점은 그저 이동통신 3사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리·판매점업계의 주장이다.

(사)전국이통통신유통협회는 2014년 1월에 설립됐다.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을 합해 정회원은 1100여곳, 준회원은 2000명이 넘는다. ©중기이코노미

◇이통사 쥐락펴락 판매장려금…도매시장까지 장악=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노충관 사무총장은 “이동통신사는 대리·판매점의 엄청난 갑, 슈퍼갑”이라고 규정했다.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동통신사의 갑질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보복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억울하다고 소송을 해봐야 이기기 힘드니까 통신사에 아무 말도 못하고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리·판매점은 통신기기를 이동통신사를 통해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사실상 통신비용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존재하는 판매장려금의 실체는 이동통신사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제조사는 기기를 구입하는 이동통신사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이동통신사도 대리·판매점에 기기를 공급하면서 판매장려금을 준다. 이동통신사는 제조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을 고스란히 대리·판매점에 넘기는 것은 아니다.

노 사무총장은 “모든 대리점과 판매처에 똑같은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본사 차원에서 영업지점과 목표량에 따라 장려금을 따로 운영한다”며 “매일매일 지역마다, 영업지점마다 다르다. 또 신규대리점은 경쟁력확보 차원에서 일정기간 더 좋은 조건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또 기기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판매점이 모여있는 집단상가쪽에 일시적으로 판매장려금을 많이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판매장려금을 통제하는 이동통신사를 정점으로 한 유통구조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자체 목표에 따라 기기의 가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노 사무총장은 “판매장려금을 놓고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이 협의한 적은 지금껏 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대리점이 도매를 담당했지만, KT는 2007년 엠엔에스㈜를 비롯해 KTCS㈜, KTIS㈜, KT링커스㈜를 설립했고, SK네트워크㈜도 2009년 ㈜피에스엔엠을 설립해 도매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도매까지 사업을 했던 대리점들은 지금 거의 손을 뗀 상태”라고 말했다.

◇직영점 늘리기 위해 대리점 차별…우선·다량 공급=제조업체와 대리·판매점 사이 도매유통망을 장악한 이동통신사들은 점차 자신들의 직영점을 늘려가는데 시장구조를 이용하고 있다. 협회 회원이 운영했던 대리점 길 건너편에 동일브랜드 이동통신사 직영점이 문을 열기도 했다. 대리점은 하나의 이동통신사만 계약을 할 수 있기에, 영업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리점주의 호소에도 이동통신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대리점주는 소송까지 했지만 패소하고 영업지점을 옮겨야 했다.

노 사무총장은 “처음에는 한 두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같은 피해사례가 널리 펴져있다.이동통신사들은 실시간으로 대리점별 매출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지역에 자사 대리점이 있는지 상관없이 잘되는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직영점을 내고 있다”며 “직영점은 수익을 낼 수 없는 통신서비스 낙후지역에 대한 AS업무 지원을 하거나, 일반대리점으로서는 유지할 수 없는 ‘비싼’ 상권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기존 대리점시장을 잠식하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직영점이 대리점과 같은 조건에서 정당하게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도매시장을 쥐고 있는 이동통신사는 신제품이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직영점에 우선·다량으로 공급한다. 소비자로서는 판매장려금도 더 주고,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있는 직영점을 찾는 것이 당연하고, 그만큼 대리점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노충관 사무총장은 “대형유통업체의 불법 프로모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유통업계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통신기기 유통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노 사무총장은 “도매단가도 대리점보다 직영점이 유리하다”며 “1~2만원 차이면 감당하겠지만 4~5만원 차이가 나면, 대리점주 입장에선 들어올 수익까지 끌어다 쓰며 영업을 해야한다. 직영점이야 버틸 여력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리점이 영업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 개통만 하면 끝…사후서비스 대리점 몫=최근에는 대형유통업체들도 통신기기 유통업에 뛰어들고 있다. 노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이 대형마트, 온라인마켓,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이다. 그는 “이동통신사들은 유통업체가 대량판매를 해주니, 유통업체 매장에 자사 직원을 지원해주는 등 유통업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 사무총장은 “단통법 이전만 하더라도 통신기기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어 유통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단통법 이후 유통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단통법 이전 대리점과 판매점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50%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통법 이후 일정금액 이상의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몇몇 제품과 통신기기를 세트로 묶어 할인된 가격을 제공한다든지, 카드사와 제휴해 매달 할인을 해주거나, 쇼핑몰 포인트로 적립해 주기도 한다. 또 공시지원금의 15%까지로 정해진 추가지원금을 넘는 액세서리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노 사무총장은 “이는 사실상 통신기기에 대한 지원으로 불법이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하니, 제3의 재원으로 통신사 재원이 아닌 것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유통업체가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졌는데, 대리점은 필요 밖의 업무도 늘었다. 유통업체에 있는 판매점 대부분은 A/S 등 사후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이 업무를 맡을 경우, 건당 적게는 400원에서 많아야 2000원의 업무취급 수수료를 받는다. 간단한 일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한시간 이상 걸리는 사후조치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일들이 늘면서 신규구입 상담을 하러 온 고객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노 사무총장은 “돈 안되는 업무라고 취급을 안하면 대리점 이미지가 나빠지고, 소비자가 끊기는 것은 물론 대리점 고과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면 유통업체들은 통신기기를 개통만 해주면 업무가 끝난다. 민원이 들어와도 가까운 대리점으로 찾아가란 말만 할 뿐이다. 대리점은 모집고객당 관리수수료가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와 대리점은 상하관계”…적합업종 지정 기대=협회는 현재 이동통신사와 온라인마켓, 홈쇼핑 등 19개 대기업과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협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빨라야 1년, 길면 3년이 걸리는 등 대기업과의 협의가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적합업종 법제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 사무총장은 “단통법 이전 업계가 혼탁했다는 것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공시지원금도 공개돼 있고, 소비자가 정보를 얻는 통로도 많아지면서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사와 대리점은 명백한 상하관계다. 그동안 대리점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없었다. 대형유통업체의 불법 프로모션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등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통신기기 유통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적합업종 법제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