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인데도 HS코드 따라 관세율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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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같은 제품인데도 HS코드 따라 관세율 달라진다 비관세 장벽된 HS코드…사전심사제도 통해 수출국 HS코드 사전 확인

기사입력2017-07-20 19:36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비관세 장벽이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외국상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말한다. 인증·라벨링 등 기술장벽(TBT)과 반덤핑규제, 환경규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에는 HS코드로 인한 비관세 장벽이 강화되고 있어 수출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관세평가분류원 HS국제분쟁신고센터 양영미 행정관은 관세청과 한국관세사회가 19일 개최한 ‘품목분류·관세평가·AEO 관세사 설명회’에서 “FTA(자유무역협정)가 확대되면서 관세장벽이 사라진게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HS코드로 인한 국제분쟁은 늘고 있는 추세”라며 “FTA 이전에는 자의적인 품목분류도 인정해주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전반적으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품목분류에 대해 더욱 철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여주(쓴오이)의 HS코드…한국 과일, 미국 채소, 중국 한약재

HS코드(HS Code)는 국가간 상품을 거래할때 사용되는 국제 상품분류기준을 말한다. 무역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 원활한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제협약에 따라 10자리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6자리까지는 전세계가 공통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같은 상품임에도, HS코드가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예컨대 박과 식물인 여주(쓴오이)의 경우 한국은 과일로, 미국은 채소로, 중국은 한약재로 분류한다.

문제는 HS코드가 달라지면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율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HS코드를 자국의 세수확보 또는 산업보호 등 비관세 장벽으로 이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수출국이 관세율이 낮은 코드를 적용해 수출하면, 수입국에서는 관세율이 높은 코드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딴지를 거는 식이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에서 자주 발생한다. 관세평가분류원에 따르면 2011년 HS국제분쟁신고센터가 개설된 이후 접수된 HS국제분쟁 총 63건 가운데 40건(63%)이 중국, 베트남, 인도, 태국 등 개도국에서 발생했다.

최근에는 여러 기능이 복합된 첨단 IT제품에 대한 HS분쟁도 늘고 있다. 주기능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세율을 달리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 ‘갤럭시 기어’가 대표적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갤럭시 기어를 무선통신기기로 본 반면 인도, 터키, 태국 등은 시계라고 주장한 것이다. 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선통신기기에는 대부분 0%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시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4∼10%)이 부과된다. 이에 정부가 2014년 WCO(세계관세기구)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무선통신기기’로 결정됐다. 당시 삼성전자가 관세율 인하 등으로 절약한 비용만 약 1300만달러(2014년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기어VR’를 두고 안경으로 볼 것이냐, 전자기기로 볼 것이냐를 두고 한미간의 분쟁이 있었다. 한국은 FTA에 따른 무관세 품목인 ‘그 밖의 전자기기’로 분류한 반면 미국은 안경이라 주장했다. 이후 WCO위원회가 ‘기타의 안경 및 고글’로 판정함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는 갤럭시 기어VR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수출국의 HS코드를 사전에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양 행정관의 조언이다. ‘관세법령정보포털’을 통해 직접 조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관세평가분류원의 ‘사전심사제도’ 등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만약 다른 국가로부터 제품을 수입한 기업이 상대국과 HS코드가 다른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HS코드가 원산지증명서의 필수항목인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눠 대처하면 된다.

HS코드가 원산지증명서상의 필수항목이 아닌 한·EU FTA, 한·EFTA FTA, 한·터키 FTA 등의 경우에는 원산지증명서상 HS코드와 무관하게 특혜관세를 적용하면 된다. HS코드가 원산지증명서상의 필수항목인 한·아세안 FTA, 한·미 FTA 등의 경우는 수입신고서에 있는 HS코드와 원산지증명서상의 HS코드가 일치하는 경우에 특혜관세를 적용한다. 만약 양자가 다르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단 특혜관세를 적용해 처리한 후, 수입자 주소지 관할구역 원산지 검증 담당부서로 검증을 의뢰해야 한다.

“품목분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덤핑 관세율도 줄인다”

다른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관세평가분류원 산하 ‘HS국제분쟁신고센터’에 분쟁발생사실을 접수하면 된다. 이 경우 센터가 분쟁국의 상관행, 관료체계와 같은 현지상황을 파악해 ‘분쟁이 왜 발생했고, 분쟁주체가 누구인지’ 등을 분석해준다.

이를 통해 실제 품목분류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것인지,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실제 품목분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경우라면 분쟁국의 분류근거 논거와 합당성을 분석해 대응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센터로부터 제공받은 ‘분류의견서’를 통해 업체가 직접 현지 세관을 접촉·설득하는게 우선이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WCO위원회에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해결할 수 있다.

양 행정관은 “품목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덤핑 관세율도 줄일 수 있다”며 “중국이 국제분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품목분류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