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과 ‘단색화’ 열풍…아파트와 미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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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재건축과 ‘단색화’ 열풍…아파트와 미술의 가치 편안한 집처럼 위안주는 미술 관심을…부동산 정책과 미술시장

기사입력2017-09-08 10:24

김태현 미술평론가 (elizabeth0711@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급등한 수도권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위해 지난 8월2일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또는 입주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거나,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를 이용한 이른바 갭 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가져온 장본인이라 판단하고 이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은 것이다. 향후 다수의 임대 아파트를 지어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왜 계속 상승해서 이러한 정책이 등장했는지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나타난 양적완화 조치에 의한 자산가격 상승과 국내에서는 주거에 대한 가치 및 사회구성원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택지개발지구 정책으로 서울시내 곳곳의 넓은 대지에 아파트를 지어 사람들을 모여 살게 해 깔끔한 주거환경을 조성한 동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e영상역사관>

최근 대다수가 선호하는 것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다. 이런 아파트들은 대개 출퇴근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 있다. 또 안정적인 학군과 아이들의 교육환경까지 보장하며, 편안한 삶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아파트 가격상승은, 과거 70년대부터 지정된 택지개발지구의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성향에 맞춰 재건축하는 아파트들이 이끌고 있다. 과거에 잘 정비된 택지지구의 아파트들이 노후화돼 소외됐다가, 재건축을 통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흥미롭게 아파트뿐만 아니라 미술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단색화 열풍과 택지개발지구 아파트의 미래가치

집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적이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 ‘평’은 아파트를 거래할 때 중요한 단위로 사용되는데, 이른바 평당 가격은 그림에서 캔버스 규격인 호당 가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지역의 집 혹은 아파트를 선택해야 미래가치가 높은가에 대한 고민도, 작품을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최근 2, 3년간 한국 미술시장은 단색화 장르가 휩쓸다시피 해 국내외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 국가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1970년대 이후 유행하듯 휩쓸었던 모노크롬 화풍의 미술가들을 모아 ‘단색화’라는 화파를 만들어 전시를 하며 재부흥을 이끌었다.

2000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단색화’ 미술가들을 모아 다시 전시한 것을 시발점으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단색화’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 본격적이고 강력한 신고식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전시활동은 외국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고, 미술시장의 반응 역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이를 한국의 부동산과 비교해 보면,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시내의 택지개발지구 정책에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택지개발지구 정책으로 서울시내 곳곳의 넓은 대지에 아파트를 지어 사람들을 모여 살게 해 깔끔한 주거환경을 조성한 동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아파트를 중심으로 교통과 각종 편의시설은 집중됐으며 상권도 더불어 발전했다. 이렇게 조성된 주거환경의 가치는 20~30년이 지나 재건축된 아파트와 더불어 재조명 받게 됐다.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의 열풍은 여러 가지로 이와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30년전 한국에서 활동한 다수의 미술가들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모노크롬 화풍의 작품들을 꾸준히 창작했으며, 오늘날 그 작품들은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택지개발지구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의시설이 개발되고 교통이 확충되는 것과 같은 조건은, 미술시장에서 단색화 이후 열심히 미술활동을 해 온 수많은 미술가들과 꾸준히 작품을 구매해 온 컬렉터들이 함께 미술시장을 다져온 상황과 유사하다.

오는 21일 한국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개최된다. 사진은 ‘KIAF 2016’ 모습.<사진=KIAF 사무국>

아파트를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을 하나 더 들 수 있는데 바로 부동산 중개인이다. 집은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인은 여러 집을 소개해 계약과 인도까지 함께 한다. 미술품을 구매할 때는 갤러리의 아트 딜러도 이와 같은 도움을 준다. 아트 딜러는 미술에 대한 여러 지식을 바탕으로 컬렉터들이 후회없는 선택을 하도록 그의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을 한다.

갤러리의 아트 딜러가 부동산 중개인보다 조금 더 어려운 측면은 자본과 같은 객관적인 조건보다 ‘마음’의 비중이 더 커서, 컬렉터의 마음을 꿰뚫고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할 때 나와 가족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하듯, 컬렉터들은 나 혹은 그림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 그림 구매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 아파트와 미술시장 비교…미술은 ‘마음의 집’

미술품 컬렉터들이 여러 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혹자들은 자금 출처 및 구매 목적을 의심하며 부정적인 연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나 투기는 극히 소수의 컬렉터들만 행하는 일이다. 대다수의 미술품 컬렉터들은 작품을 바라보며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이 무엇보다도 크기에 소장하고 싶어 하며, 나아가 이는 미술시장이 형성되고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아파트와 미술시장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했다. 물론 아파트는 실제 거주를 위해 필요한 삶의 중요한 요건이고, 미술은 어쩌면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기에 그 둘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며 유사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편안한 안식처가 되는 집처럼 정신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미술은 마음의 집과 같은 것이다.

오는 21일 한국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개최된다. 믿을 만한 한국의 갤러리들이 그들을 대표할만한 작품을 선정해서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좋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잘 선택한 집이 나의 투자 플랜에 보탬이 되듯, 잘 선택한 그림 한 점은 나에게 큰 정신적 위안을 줘 마음의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