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잘못찾고 사죄해야 적폐청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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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정부 스스로 잘못찾고 사죄해야 적폐청산 가능 전임 대통령 임기만료 전에 새정부가 출범한 시대적 소명 잊지마라

기사입력2017-09-14 14:5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정부 내각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처중 하나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대기업은 불편하겠지만, ‘보호대상’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공정위 수장으로 취임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동안 김 위원장이 쏟아냈던 ‘공정행정’ 정책과 공정위 내부혁신을 위한 자정조치가 빛을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장이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공정위 신뢰 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파수꾼 또는 경제검찰로 불리고 있지만, 그런 별칭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공정위에 대한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의 선순환을 시작하기 위해 공정위 스스로가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신뢰회복 방안은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됐던 것도 있고, 새롭게 제시된 방안도 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최종안도 아니기에 신회회복 방안 각각에 대한 평가는 추후로 미룬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왜, 김상조만 자꾸 사과하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정확한 횟수를 기억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 및 간담회, 대외행사 자리를 통해 공정위가 보여줬던 과거 적폐에 대해 여러 차례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실상 대기업만이 생산의 과실을 독점하는 정글 수준의 시장생태계를 만든 데에는 공정위의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공정위 수장으로서 김 위원장의 사과는 마땅하다.

양육강식의 논리가 판치는 천박한 시장경제를 고착화시킨 주범은 공정위 이외 전직 대통령을 정점으로 중앙·지방 정부다. 여기에 대기업의 탐욕을 묵인 또는 동조하는 일부언론과 보수정치권이 공범으로 가세해 만들어진 결과가 이른바 ‘헬조선’이고 ‘1:99사회’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는 국민적 여론이 모아져 광장에 촛불이 타올랐고, 그 결과 새 정부가 들어섰다. 지난 겨울 차디찬 칼바람에도 광장을 메웠던 촛불의 염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었고, 문재인정부의 국정 제1과제인 ‘적폐청산’는 그런 배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새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했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다짐도 했다. 더 이상 ‘국가경제’가 아닌 ‘국민경제’를 지향하고, ‘사람 중심의 경제’를 바탕으로 ‘포용적 성장’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타 정부부처 장관을 포함 해당부서 관료들이 무거운 수준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2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4대강사업에 책임있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그리고 감사원의 그 누구도 마음을 담아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례까지 무시하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전 정권 입맛에 맞췄고, 법률을 무시하면서까지 해고지침을 남발함으로써 극심한 노사갈등을 초랬했던 고용노동부 그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각종 지침·예규를 통해 비정규직을 활용하라고 사실상 독려했고, 공공기관에서 공공성을 빼앗고 돈벌이만을 요구했던 기획재정부도 사정은 똑 같다. 모두가 어려운 현실에서 대기업과 금융기관만이 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산업자원부와 금융위원회를 포함 경제 관련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부처 스스로 잘못을 찾아내고 사죄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보니, 개선을 위한 방향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 일부 부처를 제외하곤 나머지 행정부처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시도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부한다. 특히 국무총리를 포함 내각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 등 장관급 공직자들에게 당부한다.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 이전에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소명을 가슴에 다시 새겨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각 부처 최고책임자로서 해야만 할 일이 명확해지고, 목표를 향해 돌진할 수 동기부여와 함께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그 출발점은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문책 그리고 국민을 상대로 한 자기반성이다.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의 행보에 국민들이 지지하고 성원하는 이유도 자연인 문재인과 김상조에게서 진정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내 정책결정을 책임진 고위공직자들이 대통령과 공정위원장 같이 하지 못할 이유가 단 한가지라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