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가려진 광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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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무대 위에서 가려진 광대의 얼굴 [그림을 읽다:Rising Artist] ⑤ 손승범 작가

기사입력2014-01-06 19:29

이유미 객원 기자 (arocoo@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꼭두각시(A puppet), 91x117cm, 장지에 채색, 2010

양쪽으로 쳐진 큰 눈으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지만 유난히 작고 굳게 닫힌 입은 우리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광대분장을 하거나 마술을 하는 우울하고 무표정한 얼굴의 무대 위 인물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하다.

서커스와 마술은 공연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어두움, 황폐함을 동시에 상징하고 현실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場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 연기하며 때로는 실수를 연발하는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런 광대와 마술사의 모습은 다름 아닌 현대인들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객석의 관객들은 그들의 어설픈 무대를 비웃거나 비난하기는 커녕 오히려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 화면 밖을 응시하면서 외부(대중)의 눈치를 살피는 이러한 주인공들은 치열한 경쟁구도와 반복되는 패턴 속에 적응하기 위하여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작가 노트 중)

천사와 악마(Angel&Demons), 163x131cm, 장지에 채색, 2010

작가 손승범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기고백을 작품화하고 있다. ‘서커스 무대 위의 광대’를 소재로 한 자기투영적인 작업이다. 2011년에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얼간이, 재주를 부리다>, <어릿;한 이야기>의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이상과 다른 현실의 모순들과 충돌해 발생하는 불안감과 갈등, 혼동의 요소들을 마술사, 곡예사, 피에로 등 다양한 광대의 모습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작가는 사회와 격리된 독립적인 시각으로 사회의 부조리함과 불합리한 현상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도 무대 위에 올려지는 광대의 공연처럼 가식적으로 보는 것이다.

평론가 변종필은 “손승범의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내면 성찰의 주체로서 등장시킨 ‘나’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모든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이다. ‘나’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작품 속의 ‘나’는 사회와 인간, 사회와 나의 관계를 바라보는 주체이며, 불안정한 사회구조 속에서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돌아보는 분신이다. 즉 현대사회가 지닌 불합리한 현상들과 비논리적 행위들이 가득한 인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그 속에 직접 뛰어들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체험으로써 작가의지의 실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