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기준 변경, 보수언론 ‘공정위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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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순환출자 기준 변경, 보수언론 ‘공정위 때리기’ 재벌개혁의 첫단추, 김상조에게 지지와 성원 그리고 격려도 보낸다

기사입력2017-12-22 14:3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권 바뀌자 ‘순환출자 판단’ 뒤집은 공정위>, <공정위 황당한 번복...뒤통수 맞은 기업>, <공정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번복…신뢰 보호원칙 깨졌다> <공정위-중기부 잇단 ‘펀치’… 대기업 “하소연할 창구조차 없어”>

공정거래위원의 ‘순환출자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을 비난하면서 21일 보수언론이 쏟아낸 사설 또는 기사제목이다. 재계 주장만을 담은 ‘제목’까진 동원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보수언론 역시 공정위 ‘가이드라인 변경’을 ‘신뢰보호원칙’ 파기라고 규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위 가이드라인 변경은 ‘신뢰’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위법한 행정을 바로 잡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사악함(邪)을 부수고(破), 정의(正)가 살아있음을 보여준(顯) 촛불정부의 결단이란 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2015년 12월에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행정의 영역에서 신뢰보호원칙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구체적으론 삼성, 보다 정확하게는 이재용 부회장이 ‘변경전 가이드라인(구가이드라인)’을 신뢰하는데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구가이드라인이 위법한 행정행위 결과물이고, 그 위법에 이재용 부회장이 개입했다면 신뢰보호원칙의 전제인 ‘정당한 신뢰’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게 정의지, 불법을 통해 거짓신뢰를 구축한 자를 신뢰보호란 이름으로 구제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 신뢰보호로 포장된 전후 사정을 보자. 전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 삼성은 공정위에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방안을 질의했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당시 정재찬 위원장의 결제까지 받아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삼성에 통보했다. 그럼에도 삼성그룹내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변동을 우려한 삼성은 매각주식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로비를 했다. 삼성은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등을 동원해 당시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했고, 그렇게해서 만들어진게 구가이드라인이다. 이에따라 삼성은 공정위 최초 유권해석 기준인 1000만주가 아닌 500만주를 매각, 순환출자고리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같은 특검수사 결과를 심리한 1심법원 역시 삼성의 로비가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변경은 ‘정권 바뀌어’ ‘순환출자판단’ 기준을 ‘뒤집은게’ 아니고 위법행정을 바로잡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재계 탐욕 비판이란 언론 본연의 기능은 팽개치고, 이들 보수언론이 선동하는 ‘공정위 때리기’는 금도를 넘었다. 특히 ‘황당한’ 번복, ‘뒤통수 맞은 기업’ 등 결기어린 성명서에서나 본듯한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법치행정 무력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순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과정에서 드러난 삼성의 탐욕은 청와대와 공정위 로비에 머물지 않았다.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또 다시 염려한 삼성은 삼성생명공익재단에 200만주를 넘겼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재단에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하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도 끌어 올렸다.

가이드라인 변경 이후 공정위가 칼끝을 겨냥하는 지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포함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이다. 사회공헌으로 치장했지만 실제는 재벌총수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실상를 공정위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해 보수언론이 패악질에 가까운 저항을 보이는 이유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실태조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공정위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해 보수언론이 우려하는 부분은 공익법인 실태조사 실시 이후 공정위 처분에 따른 재벌총수의 지배력 약화다. 재벌총수가 실제 보유한 지분만큼만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재벌개혁’이 두려운 것이다. 보수언론과 광고주인 대기업간 밀월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인 재벌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재벌개혁을 위한 첫단추를 꿴 공정위의 결정에 지지와 성원 그리고 격려도 함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