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특권없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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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반칙과 특권없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야

기사입력2018-01-01 07:5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를 맞이하며, 아쉬웠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한다. ‘반동의 세월’ 9년이 지나고, 촛불정권 출범 이후 맞은 첫 새해다. ‘새로운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 다짐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하늘에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는 생각도 든다.

짧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길게는 일제로부터 해방이후 70년이상 이 땅의 주인으로서 국민이 온전한 대접을 받았던 시절은 없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꾼이 자신만의 아방궁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는 분할통치술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했다. 오만하고 탐욕의 화신인 재벌대기업과 특권층 1%만이 재화와 토지·주택을 사실상 독점함으로써 극단적인 불평등구조, ‘1:99 사회’를 고착화시켰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시간당 7530원,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포주인의 하소연은 엄살이 아니다. 영세기업 사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들의 삶 자체가 하루하루 풍전등화인데, 대통령은 올해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런데 단순하게 따져, 영세기업 사장 내외와 자녀 즉 3인기준 9000만원의 실질소득이 있음에도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 GNI 수치를 끌어올리기보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적정하게 나눌 공정한 ‘룰’이 더 시급하다는게 점포주인의 하소연이다.

기업 숫자론 99%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론 88%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고사직전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은 벼랑끝에 몰린 중소기업 경영여건을 개선, 국민경제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문제는 우리 산업생태계내 중소기업을 옭아맨 덫이 얽히고설키어, ‘의지’만으로 풀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중소기업간 극단적인 불평등 실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는 임금·생산성·매출액·영업이익률·부채비율 등 차고 넘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통령의 철학과 공약은 빠른 시간내 정책과 제도로 완성돼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이전과 달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껴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수십년이상 체내화된 재벌대기업 수출중심의 경제재정운용을 하루아침에 뒤엎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사실상 77개 초거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찔끔 올리는 것조차도 버거워해선 곤란하다. 중소기업과 서민가계에 희망을 주기 위해선 공정경제 토대를 조성한다는 수준을 넘어 특단의 조치, 정부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500조원 이상되는 사내유보금을 10대재벌 곳간에서 빼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게 현행법상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도,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대다수가 수년이상 고시촌에 머물면서 대·공기업에 목을 매는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1% 이외 나머지 99% 청년에게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는 공동체는 좌절과 절망, 갈등과 대립, 종내는 증오와 분노가 폭발해 공동체 자체를 파괴한다.

‘나라다운 나라’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9개월, 대통령은 핍박받았던 국민감정을 추스르고 함께 공감했다. 붕괴됐던 민주주의를 복원하면서 더디지만 적폐청산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민은 잊고 살았던 ‘희망’을 다시 찾았고, 오늘 시점 대통령 국정지지도 70%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로 가기엔 갈 길이 멀다. 대통령에 대한 폭발적인 지지와 성원 상당부분은 과거정권이 행한 포악질과 대비된 반사이익이란 점도 기억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통령의 철학과 공약은 빠른 시간내 정책과 제도로 완성돼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이전과 달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껴야 한다. 불공정행위를 행한 원사업자가 공정경제 중재자인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만이, 하도급업자가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원사업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이 조성돼야 ‘을과 을간의 전쟁’도 종식할 수 있다.

반칙과 특권이 없고 기회가 공정한 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나아가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정한 시장에서조차 한 발 뒤처진 이들, 또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포섭도 요구한다. 적폐청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99%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1%가 독점한 재화와 토지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정쟁을 피하기 위해 혹은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이 두려워, 대통령 공약을 후퇴시켜서는 ‘나라다운 나라’는 고사하고 지지세력조차 이탈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정권탄생의 주역인 촛불이 염원했고 갈구했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내에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