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전면에 걸고, 시민사회와 힘을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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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개헌안 전면에 걸고, 시민사회와 힘을 모아야 ‘협치’란 미명으로, 정쟁 부담을 이유로 구태집단에 양보해선 안돼

기사입력2018-03-26 15:5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파괴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주권재민을 제1원칙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국가에서 살고 싶은지 직접 물었다. 또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하나둘씩 광장에 모여, ‘나라다운 나라’를 갈구했던 국민의 요구에 대통령이 답했다. 대통령의 약속, 유력 대선후보 모두의 공약임을 환기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그래서 정당하다.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란 점에서 개헌안은 광범위한 국민적 참여와 함께 치열한 토론과정을 통해 공론화돼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개헌안 논의조차 봉쇄하는 정치집단에게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음은 명확하다. 하나는 최순실의 하수인, 다른 하나는 돈의 노예임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들과 한몸이었던 정치집단을 쫓아내기 위해서도 국민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만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면서 주권재민이 보장되는 국가를 세우겠다는 개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 공동체가 생산한 부가가치가 부족한게 아니라 불공정한 시장분배 구조때문에 대·중소기업간, 사회계층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번 개헌안 공론화를 통해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미래번영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어디까지 진전시킬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야 한다. 땅을 상속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영업자, 전월세입자 그리고 기업인으로부터 ‘지대’란 명목으로 과도한 불로소득을 취하는게 ‘자연법’이란 망상도 깨야 한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당일, 26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좌파정권 안착을 위해 사회주의 체제변혁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결기를 보였다. 개헌안 어느 구석에서 사회주의체제를 봤는지는 몰라도 일단, 반갑다. 개헌안 ‘논의 봉쇄’가 아닌 자유당 스스로 ‘국민저항’이라는 이름으로 공론화한다니 기대된다. 확신하건대, 국민저항의 대상은 개헌안이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그 아류 정치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아닌 이권을 잡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MB구속건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생떼 쓰는 이들에게 동조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재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권한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이 가진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허깨비로 만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를 총리로 내세워 ‘제왕적 국회’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책임총리제니 분권형대통령제니 하면서 얄팍한 술수 부리지 말고, 차라리 내각책임제를 하겠다고 말하라. 국회 자신의 입으로 내각책임제를 요구하면, 국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한가지 바로 잡자.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의식에 일부 동의하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든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다. 양자 모두 재임 당시 숱한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자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사사건건 사건을 덮음으로써 전직 대통령 2명을 동시에 감옥으로 보낸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아닌가. 권력에 쓴 소리는커녕 부화뇌동에 적극적인 부역으로 일관했던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점을 지적할 최소한의 자격조차 없다.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존중’의 가치를 담았다.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통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을 표현했다.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 등 경제민주화가 실제 삶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헌법상 특별 보호·육성 대상으로 소상공인을 명시했다. 이외에도 개헌안에는 국민(사람)의 기본권 강화, 직접민주주의 확대, 지방분권 강화 등 대통령이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이념과 가치, 지향을 담았다.

개헌절차법에 따라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국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개헌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개헌안 발의에 대한 각 정당의 당리당략과 무관하게, 지금 당장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토론의 장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국민이 꿈꾸는 나라’와 같은게 무엇이고, 다른게 어떤 것인지를 정리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국회 심의 후 통과 전망, 낮다. 자유한국당 류의 정치집단이 개과천선 수준 이상의 참회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가 미래상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의 개헌안은 사적재산권도 공공이익을 위해선 제한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신성화’된 자유시장 역시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사회주의가 금기어나 다름없었던 우리 정치사에 비춰보면, 다소 도발적인 문제제기다. 짐작컨대 자유한국당이 ‘사회주의체로의 변혁’이라고 강변하는 대목이리라. 대통령이 촛불혁명 세력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물러설 수도 없고 물러서도 안된다. ‘협치’란 미명으로 또 정쟁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다시 양보한다면,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이 반복될 뿐이다.

6·13 지방선거까지 이제 두달 좀 더 남았다. 그때까지 자유한국당 류의 구태집단과 싸움을 두려워하거나 주저할 이유는 없다. 개헌안에 담긴 내용은 촛불정부 출범 이후 추진했던 정치·경제·사회 정책 어젠다를 뒷받침할 헌법적 근거다. 지금껏 단 한 차례라도 자유한국당 류의 정치집단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동의했던 적이 있었던가. 설득해서 끌고 갈 수 없다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도태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

정부 여당은 개헌안을 전면에 걸고, 시민사회와 힘을 모아 6·13 지방선거를 ‘역사적인’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다시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게 당부한다. 어설픈 개인의 권력욕으로 6·13 지방선거 압승을 방해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될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