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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도 끊어버린 ‘무노조경영’, 삼성은 참회해야

이재용 부회장…염호석·최종범 조합원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해주길  

기사입력2018-05-15 18:3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당시 33세) 조합원이 2014년 5월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항거해,  강원도 정동진 인근 자신의 아반테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의 일부다. 

지난 2014년 6월30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앞에서 故 염호석 조합원 영결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염호석 조합원이 ‘자신을 바친’ 이후 4년이 좀 안된 2018년 4월17일,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기로 했고, 이같은 내용을 금속노조 소속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합의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와 용역관계에 있는 90여개 협력사 노동자 8000여명이 직접 고용된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고용하는 노동자의 정확한 숫자와 직접고용에 따른 근로조건은 노조와의 협상을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만으로 보자면, 염호석 조합원이 생전에 겪었던 ‘더 이상 누구의 희생, 아픔’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염호석 조합원의 ‘살신성인’으로 노조가 ‘직접고용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고인이 유서를 통해 ‘기원’했던 ‘지회의 승리’도 쟁취했다. 

이렇듯 염호석 조합원은 죽어서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동료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선물을 안겼지만, 정작 자신은 영면에 들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하늘에서 지켜봤던 노조의 지난한 투쟁, 그 결과로 얻은 승리의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조차 없다. 노조 조합원을 포함 염호석 조합원을 추모하는 시민사회, 어느 누구도 고인이 어느 곳에서 잠들고 있는지 알지 못해서다.

염호석 조합원은 유언을 통해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했다가,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서 정동진에 뿌려달라고 했다. 뒤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염호석 조합원이 어디에 있는지, 이젠 알아야겠고 검찰이 그 단서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고용을 선언한 이후 한달 남짓, 지난 5월15일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의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한 삼성전자서비스 최 모 전무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무는 염호석 조합원의 장례를, 고인의 뜻과 달리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회유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부친에게 6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염호석 조합원 장례과정에서 고인의 부친·모친 모두 당초엔 노조에게 노동조합장을 약속했음에도, 300명이 넘는 경찰병력이 영안실을 급습해 시신을 탈취했다. 이도 모자라 경찰병력은 밀양 화장장에 난입해, 노조 조합원과 모친의 격렬한 반대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고인의 유골마저 빼돌렸다. 검찰이 이번에 구속된 최 전무를 조사한 결과, 경찰의 영안실 및 화장장 난입에 대해 부친이 묵인했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염호석 조합원의 부친에게 어떤 급박한 사정이 있어, 생때같은 자식이 죽음으로 추구했던 유지를 외면했는지 알고 싶지만, 가족 또는 개인의 결정이기에 침묵한다. 그럼에도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은 부자간의 천륜마저 깨려했던 삼성의 패륜적 행태다. ‘이유있는 죽음’을 개인의 일탈로 폄하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부친에게 전달함으로써 삼성은 염호석 조합원을 또한번 죽였다. 

지난 반세기 넘게 ‘무노조경영’을 관철하기 위해 자행했던 포악질 역시 차차 밝혀지고 단죄를 받겠지만, 삼성은 지금 당장 염호석 조합원의 행방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염호석 조합원이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눈 이후, 영면할 수 있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게 사람의 도리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전 노조는 안된다’던 삼성 창업주 이병철과 반헌법적 발상을 선대 유훈으로 떠받든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합작으로 만들어내 ‘괴물’이다. 삼성그룹 총수로 올라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야만 한다. 아울러 삼성그룹내 활동 중인 모든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를 관행화함으로써 노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끝으로 염호석 조합원과 함께 2013년 10월에 발생했던 최종범 조합원의 죽음도, 이재용 부회장이 기억하고 추모해 주길 당부한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근무했던 32살 최종범 조합원은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겠고, 다들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시를 유언으로 남기고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더 이상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모두에게 비극적인 죽음이 반복되지 않고, 삼성그룹사가 노사상생의 길을 열 수 있도록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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