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 사기사건…‘금융갑질’ 청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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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은행 금리 사기사건…‘금융갑질’ 청산 신호탄 징계대상은 은행 직원 개인이 아닌 해당은행과 금감원이다

기사입력2018-07-03 12:3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몇년 전 재무전문가와 대화중, 은행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를 그대로 수용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고, 담당직원의 재량에 따라 낮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재래시장도 아니고 은행금리를 물건값 깎듯 깎을 수 있다니,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당시에는 듣고 지나쳤던 말인데, 그말은 사실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에 따르면, A은행에서 대출시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 미제공으로 전산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한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B은행에선 고객이 연소득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거나 실제 소득보다 적다고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또 다른 은행은 이자율 산정에 필요한 신용프리미엄을 수년간 동일한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해 산정하는 등 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했다.

이번에 적발된 은행은 경남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이다. 가장 많은 오류를 낸 경남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오류는 1만2000여건, 오류금액만 25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이 집중 점검을 한다고 하니, 앞으로 이 규모는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이들 은행은 실수 혹은 시스템 오류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수만건에 달하는 오류를 단순 실수라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칙도 기준도 없었던 대출금리 산정체계. 금융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고객을 상대로 자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행한 은행의 사기행각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은행의 대국민 사기행각이 밝혀졌음에도, 금감원과 이들 은행은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를 서로 미루고 있다. 은행은 금감원의 징계권고를 보겠다며 미적거리고, 금감원은 부당금리산정이 내규위반으로 금감원의 징계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한심하지만 당연하다. 직원 한둘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조직적·계획적이고, 이를 관리감독할 금감원의 책임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징계대상은 해당대출을 실행한 직원 개인이 아니라 해당은행이어야 한다. 또한 이들 은행을 감독할 책임을 방기한 금감원 또한 징계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대다수의 가계와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대출사유는 주택구입, 사업자금 등이 주를 이룬다. 개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대출규모를 감안하면, 대출이자 1%의 차이가 주는 무게는 적지 않다.

이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들 은행의 사기극이 ‘금융갑질’을 청산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빠른 보상과 함께 이자놀이에 혈안이 돼, 신의를 저버린 은행에 대한 엄중하고 단호한 징계는 불가피하다. 또 금융의 공공성을 관리해야 할 금융감독기관의 반성과 대처 역시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