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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책임 있지만, 회사 채용의무는 불인정

금감원에 위자료 지급 의무…“박탈감, 배상으로도 회복 어려워”㊦ 

기사입력2018-12-07 09:07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최근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채용절차가 그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채용절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행에 대한 원고의 기대와 신뢰라는 법적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사건 채용절차가 불법행위에 해당되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채용계획·채용공고·채용설명회 관련자료 등에 합격자 결정방법을 명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고 면접위원 전원의 합의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는 관행에 따라 면접전형을 진행한 후 피고직원이 면접점수를 형식적으로 책정한 점 최종합격자 방모 씨가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지방 소재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한 것으로 기재된 지원서를 제출했고, 피고의 직원이 이를 인지했음에도 지원서 오기재자들에 대한 합격취소 결재를 올리면서, 방모 씨의 경우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구두로 합격선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으로만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이모 면접위원은 방모 씨를 1위로 변경하며 방모 씨를 뽑으면 지방인재가 늘어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제시했다.

 

피고의 면접위원들은 당초 채용 계획·공고에 없던 세평조회를 2차 면접이 종료돼 합격예정자가 결정된 상황에서 실시했는데, 최종합격예정자 중 직장경력이 있는 자 중에서도 일부만 세평조회를 실시했고, 세평조회를 실시한 기간도 하루에 불과해 세평조회의 절차·방법 그 결과의 반영이 모든 응시자들에게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 당초 2차 면접결과 불합격자였던 방모 씨 아버지에게 피고의 직원이 합격을 암시하는 언급을 한 사실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직업의 선택 및 수행을 통한 인격권 실현 가능성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등의 사용자로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8000만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년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고, 채용절차가 객관성·공정성을 상실한 채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그 불이익을 받은 지원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금전적인 배상으로도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채용비리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 8000만원은 이례적인 금액인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일반적 사기업과 달리 공적 성격이 강한 감독기관으로 선망받는 직장인 동시에 채용절차에서 기대되는 객관성과 공정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필기 및 면접 전형을 통해 높은 점수를 취득한 원고가 불공정한 세평조회 결과로, 자신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위자료금액 책정 근거로 제시했다.

 

회사 채용의무는 불인정=이 사건 재판부는 채용절차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그 책임을 물어 원고에게 위자료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법 채용절차로 받은 원고의 손해가 완전히 보전됐는지는 의문이다.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고용 의사표시 청구 및 임금 상당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재판부가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이루어진 세평조회 등이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지만, 원고가 2차 면접결과 최고득점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청약에 대해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불법 채용절차가 없었다면, 원고가 피고회사에 취업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청년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고, 채용절차가 객관성·공정성을 상실한 채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그 불이익을 받은 지원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금전적인 배상으로도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판결을 통해 채용비리 피해당사자인 피고의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는 위자료 지급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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