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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큰 판’이 벌어졌다…담대한 북미정상회담 필요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된 하노이 회담 

기사입력2019-03-04 12:30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하노이 선언은 불발됐다. 그렇지만, 큰 판이 벌어졌다. 다소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웃으며 헤어졌고 후일을 기약했다. 원인이 무언지 아는 것은 향후 어떤 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냉전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무산되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의 눈으로 보면, 다음 북미정상회담은 큰 판으로 보인다.

 

당장의 하노이 회담은 영변+α에 실패했다.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했다. 실무진의 사전협의와 달리, 서명식을 앞두고 미국은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사찰을 요구했고 나아가 불가역적 완전비핵화를 원했다. 당초 예상됐던 중간단계의 매듭없이, 곧바로 최종적인 핵신고와 핵사찰을 요구한 것이니만큼, 북한으로서도 응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으로는 타결할 시점이 아니었던 것이고, 더 큰 합의와 더 확실한 비핵화를 결정짓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하노이 선언 불발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이제 다음 정상회담의 의제는 명료하다. 영변과 영변 이외의 핵시설, 대량살상무기 시설 등에 대한 신고와 사찰 허용,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이다. 이 의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거대한 의제인지 짚어보자.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는 이미 성안됐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 만큼은 미국이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전략적 수단이다. 2017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의 세계전략 목표는 미국은 힘을 통해 국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평화와 번영을 전파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위협에 집단적 대응을 위해 미국의 강력한 지도력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군사적·경제적 옵션을 더욱 강화할 것을 천명한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 대형 모니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 영상이 중계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북한이 핵개발에 쏟아부은 20년 동안, 미국 역시 군사적·경제적 옵션을 강화하는데 쏟아부었다. 이 일촉즉발의 견고한 전쟁시스템을 허무는 것이 냉전 해체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두 인물은 도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북미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제재가 사라지고 강력한 경제대국의 미래가 있다고 발언했다. 베트남처럼 발전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엄청난 발언들이다. 이 두 인물이 다시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태도를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베트남은 북한이 채택할 개혁개방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도 베트남 사례와 다름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베트남도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개혁개방이 한치도 전진하지 못했다. 1984년부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도모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1986도이 머이이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91년 미국은 경제 제재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관계 정상화 4단계를 제시했다. 이후 1992년 임시연락대표부 설치, 1993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관의 지원 허용, 1994년 일부 경제 제재 조치 해제, 19957월 베트남에 대한 국교 정상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1984년부터 1995년까지, 11년이 걸렸다. 내용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과연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10년 넘게 걸릴까.

 

북한을 용납하지 못하는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레짐체인지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는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생길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계속 관리하고 있자는 견해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의 미국 정권이 그랬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한과 북한이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고, 한반도 경제협력을 열망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형 군사훈련도 멈추고, 북핵의 자진 해체와 국제적 사찰이라는 외교적 해법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도 오랜 시간과 단계를 거쳐 검증하고 다지며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전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전통적인 냉전전략이 아니다. 냉전을 해체하고 북한을 얻는 것이다. 이것을 파악한 이상, 북한이 판단을 미룰 수 없다. 과감하게 모든 핵무력을 완전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항간의 의심처럼 핵보유국으로 남는 것도, 과감하게 던져버리는 것이 좋다. 이에 상응해 대북 경제제재 해제의 시간표, 북미 관계정상화의 시간표, 그리고 북미 경제협력의 시간표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거대협상, 거대회담이다.

 

수일 내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것이다. 다시 비건과 김혁철 실무회담이 가동되고 폼페이오와 김영철이 만날 것이다. 두어 달 내로 하노이가 아닌 어느 곳에서든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다. 과연 담대한 거대회담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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