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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진위 따질 때, 족보없는 반고흐의 자화상

Life is pain.ting…레지던시 풍경 #16. 모조 

기사입력2019-03-31 15:00

우리는 짝퉁이란 말을 자주 쓴다. 인터넷 기사에서 짝퉁의 정의를 찾아 보았다. 짝퉁이란 가짜, 모조품, 유사품, 이미테이션 등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서 짜가리’, ‘가리지날이라고도 하는 은어다. 대부분 우리가 말하는 짝퉁은 루이뷔통, 샤넬, 구찌, 프라다 등 명품의 모조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짝퉁의 종주국이었지만, 경제성장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중국에 짝퉁 제조마저 빼앗겨 버렸다. 인간 짝퉁도 흔하다. 경력, 학력, 출신성분 위조. 진짜인 척하는 가짜들을 칭한다.

 

Salvator Mundi. 세계에서 제일 비싼(4억5000만달러) 그림. Da Vinci 작품으로 추정됨.
2000년 이후 세계 미술시장은 360% 급성장을 했다. 어떤 전문가는 미술시장에 거래되는 30%가 짝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제일 비싸게 거래되는 작품들이 이우환 작가의 그림들인데, 짝퉁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미술 짝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위조(forgery). 짝퉁 작가가 유명한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똑같이 카피(copy)해서 진품처럼 판다면, 이건 forgery라 볼 수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짝퉁은 그대로 카피하지 않아도 유명 작가의 특이한 작품기법과 칼라를 이용해 진짜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물론 가짜로 사인(sign)도 한다. 이것을 fake art라 한다. 명품 짝퉁과 비교한다면 똑같이 생긴 모조 샤넬백은 forgery라 할 수 있고, 똑같은 모조는 아니지만 샤넬백의 특이한 칼라와 가죽을 모조하고 샤넬 로고를 붙였다면 fake라 할 수 있다.

 

작품이 진짜인지 확인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작품의 provenance(족보). Provenance란 말의 어원은 불어동사 provenir, 어디서 왔다는 말이다. 즉 작품의 족보는 작가로부터 누구의 손에 거쳐서 판매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서류다.

 

2017년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서 다빈치의 작품이 원화로 5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전문가들 사이에 짝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 중 족보가 불분명하다는 게 지론이었다. 이 작품은 팔리기 12년 전에 원화로 불과 1500만원에 거래됐다. 크리스티에서도 진품 보증을 하지 않았지만, 사우디 왕자에게 200545000배의 가격으로 낙찰됐다.

 

지난 가을에 뉴욕 방문 중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Museum)에 갔을 때, 유명한 반고흐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박물관 방문객들에게 인기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팔린다면 1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반고흐는 37개의 자화상을 사망 직전 5년 동안 그린 걸로 알려져 있다.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반고흐가 1887년 남프랑스로 떠나기 직전에 파리에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 반고흐 서거 100주년 기념 학회에서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자화상이 짝퉁이라는 학설이 나왔다. 서거 100주년에도 관심 있지만, 이때 미술시장에서 반고흐 작품들이 엄청 비싸게 판매돼 짝퉁 학설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Van Gogh 자화상. Metropolitan Museum, NY.
짝퉁 논리에 근거는 어디일까? 큰 관점은 족보다. 이 자화상은 Adeleide Milton de Groot이라는 콜렉터 겸 자선사업가가 1930년대 말부터 메트로폴리탄에 대여했고, 사망 이후 다른 200점의 미술작품과 함께 기증했다. 족보에 의하면, 그녀는 이 자화상을 1936년에 베를린에 있는 갤러리에서 구입했고, 그 갤러리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갤러리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반고흐가 쓴 생전의 편지에 언급돼 있지 않고, 사망 이후 작성이 시작된 작품 목록에도 들어있지 않다. 이 작품이 처음으로 드러난 건 반고흐 사망 30년 후다. 또 한 가지 의심되는 면은 기증자가 이 작품을 베를린에서 구입했다는 사실이다. 1920년대말에 베를린에서 많은 반고흐 짝퉁이 유통됐다. 짝퉁을 판매한 딜러는 반고흐 작품이 러시아 귀족 소유라 했고, 그 귀족이 공산혁명군에 들킬까봐 작품의 족보들을 소각했다고 속였다.

 

또 하나 짝퉁의 근거는 작품의 질적인 문제다. 밀짚모자가 머리에 얹혀진 게 어색하고 머리카락도 엉성하다. 이 작품이 1920년도에 짝퉁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디서 보고 베꼈을까? 그 시절에는 반고흐 작품들이 뮤지엄에 전시되지도 않았고 칼라사진도 없었다. 학설에 의하면, 작품 자체가 엉성한 이유는 짝퉁 작가가 반고흐 작품의 흑백사진을 보고 모조했기 때문이라 한다.

 

족보 문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반고흐는 자주 가던 카페에서 돈이 없어서 술과 음식값 대신 많은 그림을 주었다. 카페가 1888년에 망해서 주인이 거리에서 반고흐 그림들을 껌 값에 판 후, 그림들이 여러 사람들 손에 족보없이 옮겨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박물관들은 분명히 소장품들 중에 짝퉁이 많아도 별로 조사하는데 관심이 없을듯 하다. 메트로폴리탄도 1000억원대의 자산이 10만원 짜리의 짝퉁으로 판명되는 걸 원할까? 물론 소장하는 사람이나 구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진품인지가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지하철 안에서 본 샤넬백이 짝퉁인지 진짜인지조차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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