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교부, 특약금지…하도급법 특별한 규정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계약서 교부, 특약금지…하도급법 특별한 규정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하도급법 위반행위…하도급법 이해㊦

기사입력2019-05-17 10:2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위가 갑질 여부를 판단할 때, 하도급법이 적용되느냐 마느냐는 적잖은 차이를 불러온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중앙회가 16일 개최한 2019년도 하도급법 특별교육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정헌 변호사는 하도급법을 총 4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앞선 기사에서 ▲하도급대금 ▲목적물·용역과 관련된 주제를 살펴봤고, 이제 ▲계약서 ▲갑질금지에 대해 알아본다.

김정헌 변호사는 하도급법 적용대상 여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가맹법·상생법·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법에 유사한 규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도급법에 따르면 법 위반이지만, 공정거래법에서는 위법이 아닌 행위도 있다. 김 변호사가 정리한 하도급법의 4가지 주제 중 계약서 관련 규정을 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계약서 사전교부, 하도급법의 특이사항=하도급법은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해 사전에 교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계약할 때 계약서를 쓰는 거야 상식적인 행위다. 그럼에도 원사업자가 계약서를 제대로 써주지 않고 일을 맡긴 다음 뒤늦게 감액 등을 요구하고, 감액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만 남기는 갑질 때문에 강화된 의무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법이 적용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으로 계약서 문제를 꼽았다.

공정거래법에도 거래상 지위남용 금지조항이 있다. 한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갑질을 공정위에 신고했을때,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은 계약서를 주고 받아야한다는 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서가 없거나, 사후에 교부했더라도 그 자체가 문제되진 않는다.

반면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법이 정한 사항을 모두 담은 계약서를 주고 받아야한다. 따라서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법 위반이다. 구두로 계약을 체결한 뒤 납품 등이 이뤄지는 도중에 계약서를 교부해도 불법이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이런 차이를 만든다.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특약으로 체결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하도급법의 특이한 규정이다. 공정거래법만 적용되는 관계에서 을인 회사가 부당하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갑인 회사에서 양자간 합의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한다면 법위반이 아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계약서에 특약을 담아 원사업자 책임을 수급사업자에 전가하면 무조건 법 위반이다. 특약의 내용을 을이 처음부터 알고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는 갑의 항변도 통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법의 계약서 규정은 공정거래법과 다른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법에도 나오는 갑질 금지=하도급법에 있는 갑질 금지 규정은 가맹사업법 등 다른 법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가맹사업법 관련해서 모 피자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갑질을 했다고 크게 보도된 적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정헌 변호사는 공정위가 기술자료 유출 유형의 갑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프랜차이즈산업을 보면 무엇이 갑질인지 아닌지 사례를 구분해 확인할 수 있다. 피자 프랜차이즈의 본질적인 부분은 피자의 맛이기 때문에, 맛의 통일성을 위해 피자재료를 가맹본부로부터 구입하라는 요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반면 기기나 집기 등은 프랜차이즈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가맹점주가 스스로 싸고 좋은 것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문제가 된 가맹본부는 집기나 비품을 전부를 본부 또는 본부가 지정한 회사에서 구입하라고 가맹점에 요구했다. 지정한 회사는 회장 아들 소유의 회사였다. 게다가 거기서 파는 제품의 풀질도 좋지 않았고 비싸다는 것도 문제였다. 가맹점주들에게 저가의 물품을 고가에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가 갑질로 인정돼 문제가 됐다. 하도급법의 규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밖에 기술자료 제공 요구 및 유출 금지, 경제적 이익 요구 금지, 전속거래 강요 금지, 경영정보 요구 금지 등의 조항들이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 공정위가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게 기술자료”라고 말했다. 또 “현장조사를 나가보면 기술자료 요구와 유출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공정위 관계자의 말을 소개한 뒤 “너무 많아서 안 잡고 있을 뿐”이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