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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커피에서 일상을 극복할 활력과 위안을 발견하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은비 작가
- 기사입력2020-03-04 11:05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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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신 차리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커피를 사랑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1세가 남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커피량은 250억 잔에 달한다. 1인 평균 1년에 500잔을 마신다는 통계가 존재한다. 이제 현대인에게 각성을 이끌어줄 카페인이 담긴 커피는 가장 대중적인 기호식품인 동시에 사회생활을 버텨낼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해온 커피에서 반복되는 지친 삶을 극복할 활력과 위안을 발견해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한 잔의 커피처럼 감상자에게 휴식이 되어주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이은비를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과거 제가 우울하고 힘들었을 때, 앤드류 솔로몬의 강연을 통해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닌 활력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 후 자신을 돌아보며 고민하다 보니 저도 불행한 게 아니라 활력이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일 뿐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덕분에 스스로 가지고 있던 우울의 감정을 버티고 극복하기 쉬워졌던 것 같아요.
‘CUBE’, 이은비, 149×80cm, 장지에 채색, 2019.그리고 제 데일리 루틴을 보니 하루를 활력 있게 살아가도록 해주는데 카페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커피라는 소재로 작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화 기반 작업을 장지 위에 선보이고 있어요.
Q. 소재로 ‘커피나무’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구체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커피나무로 가득 찬 세상에 있으면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 작품 속에서 변형된 형태의 커피나무와 작고 하얀 커피 꽃들이 숨어있는 공간은 나만의 은신처이자 유토피아의 의미로서 사용되고 있다고 보셔도 좋아요.
Q.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고 커피가 현대인에게 어떤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보는지?
10년 정도는 커피를 마신 것 같은데, 학생 때 오히려 기호로 하루 세 잔 이상씩 많이 마셨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아침에만 마시고 있어요. 나름 건강관리를 하고 있죠. 카페인은 현대인에게 고마운 존재 같아요. 힘든 아침에 각성을 돕는 보조제 역할을 해주는 것 같지 않나요?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2019년 작품 ‘CUBE’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일단 제가 의도한 것이 잘 표현된 그림이었어요. 저는 사실 사람들이 제 작업을 봤을 때 순수하게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든 작품 속 공간은 무해한 이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 취지에 가장 잘 맞게 표현된 작품이 ‘CUBE’라고 생각해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작품 속 커피꽃이 얼음에 갇힌 형태로 그려져 있는데, 이건 단절이라는 키워드를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던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수영장에 들어가 잠수를 하면 바깥과 단절되는 느낌이 있는데, 저는 그 먹먹한 감각에서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은신처와 같은 의미로 그렸던 작품이에요. 뭔가… 갇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것에 대한 ‘편안한 단절’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Refuge II’, 이은비, 170×100cm, 장지에 채색, 2018.Q. 감상자는 이은비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첫인상은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나아가서 감상하는 분들께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이 공간을 그리면서 스스로 위로받는 지점이 있듯이 감상하시는 분들도 일상 속에 편히 위로가 되는 자주 보고 싶은 그림이었으면 좋겠어요.
Q.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트레이시 에민, 프란시스 베이컨,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를 좋아해요. 프란시스 베이컨은 회화적으로 감정에 대한 표현이 너무 멋져서 좋고, 트레이시 에민이나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는 예술로 아이디어나 자신의 사연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너무 똑똑하고 멋져서 좋아해요.
Q. 작가 이은비가 예술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음…. 저는 제가 살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왔다 보니 제 그림 세계관은 이렇게 형성이 됐던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다른 매체를 써보고 싶다거나 설치나 사진을 활용한다거나 매체에 대한 고민을 한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어서 제가 잘 다룰 수 있는 재료로 표현하는 게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저는 제 장점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도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짧게 보면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술계에 진입했을 때,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졸업 후 어디서 작업을 하고,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 등 작가는 취업하는 개념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은 것이죠. 프리랜서의 삶이 좋아 보였는데 막상 세상에 나갈 생각을 하니 안정성이 결여된 작가의 삶은 역량에 비례하는 것 같아서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고요.
Q. 마지막으로 작가 이은비의 꿈은 무엇인가?
저는 계속 그림 그리는 삶이 꿈이고, 그럴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가 있는 화실을 갖고 거기서 제 그림도 그리고, 가르치고, 공감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게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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