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버려야 할 것, 시장만능주의 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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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미래통합당이 버려야 할 것, 시장만능주의 교조 반면, 미국에서 배워야 할 대목은 합리적 사고와 정책의 유연성

기사입력2020-03-18 20:2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헬리콥터 드롭으로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1000달러(약 122만원)씩 지급하는 것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인 부양책.”

시장만능주의 대척점에 선 케인즈학파 경제학자인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듯 미국인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지갑에 돈이 없어 시장에 가지 못했던 이들의 구매수요를 자극함으로써,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자는 대안이다.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미국이 당면한 경기침체가 미증유 상황이어서 나온 트럼프의 극약처방일 수 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가능한 한 빨리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고, 대통령은 현금지급을 원한다”며 “앞으로 2주 내에 수표를 제공할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헬리콥터 드롭’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여야가 17일 합의해,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11조7000억원. 대폭적인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대한상의 등 재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미래통합당이란 벽을 넘지 못했다.<이미지=뉴시스>

수표에 적을 금액도 예측 가능한 사정권내에 들어왔다. 미국 언론의 1000달러 현금보조설과 관련 므느신 장관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조금 더 클지도 모른다”며 “다만 부자들은 수혜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를 제외한 미국인 대다수에게 1000달러가량을 지급하기 위해, 미 행정부가 경기부양 예산에 2500억달러를 편성했다고 전해진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1조4000억달러. 연방정부 한 해 예산의 18%에 가까운 돈을 마련해, 미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그냥 ‘퍼주기’ 하겠다고 했다. 현금지원을 포함 경기부양을 위해 책정한 예산만 1조2000억달러 규모다. 11월3일 미국 대선을 8개월도 남지 않는 시점이다. 미래통합당식 어법에 따르면 ‘대선용 선심성 예산’이고 ‘현금살포’다. 그럼에도 야당인 민주당은 연방정부 예산의 85%를 상회하는 경기부양책에 특별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로 보면, 미국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대한민국을 보자. 수출·생산·소비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없다. 서민들의 경기침체 체감 정도는 미국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사정이 이 지경임에도 여야가 17일 합의해,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11조7000억원. 대폭적인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대한상의 등 재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미래통합당이란 벽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2차 추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이 기존의 태도를 180도 바꾸지 않는 한, 2차 추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차 추경 통과 직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총선을 코앞에 남겨둔 시점에,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마치 헬리콥터에서 세금을 뿌리듯 선심을 쓰겠다고 한다”면서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추경 11조7000억원은 올해 정부예산(512조)의 2.3%도 안되는 돈이다. 연방정부 예산의 85%를 상회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정부 예산대비 2% 좀 넘는 수준의 추경으로, 현재 위기국면을 벗어나리라 기대하긴 난망이다. 미국이 51개 주 정부의 권한이 강한 연방제국가임을 감안해도, 한미간 정부예산 대비 ‘추경규모’, 85%와 2.3%의 차이는 너무 크다.

나아가 심 원내대표는 “경제 살릴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일단 국민의 손에 돈을 쥐어줄 생각이다”며 “이 정권 눈에 국민은 없고 오직 표만 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 자체도 틀렸다. 구태여 꿰맞춘다 해도, 이같은 억지를 곱씹어야 할 대상은 한국정부가 아닌 미국행정부다. 한국정부는 ‘국민의 손에 돈을 쥐어줄 생각’, 그 명칭이 무엇이든 기본소득 성격의 ‘현금살포’에 미온적이다. 반면 트럼프는 연방정부 예산의 18%에 가까운 2500억달러를 준비했다. 심 원내대표 표현에 따르면 “헬리콥터에서 세금을 뿌리듯 선심을 쓰겠다”면서.

미국, 미래통합당을 포함 극우·보수 집단 모두가 하늘 보듯 흠모하는 국가다. 특히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미국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대선용 선심성 예산’을 편성한 연유를 고민해 봐야한다. 게다가 헬기까지 동원해 현금을 뿌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한다. 당면한 경제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면, 시장만능주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연성. 미래통합당에 없는 정책 유연성이 미국 보수주의자에게는 있다는 말이다.

미국 1% 최상류층과 월가의 끝모를 탐욕으로 맞이했던, 전대미문의 2008년 금융위기 재앙. 당시에도 미국정부는 시장논리가 아닌 공적자본을 동원했고, 그 대가로 월가는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수용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대마불사를 관행화해 기업과 자본에는 돈은 퍼주면서, 정부의 방임만을 주장한다. 2008년 미국정부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선택한 정책은, 한국의 극우·보수 집단의 주장과 다름을 기억해야한다. 미래통합당이 미국행정부에게 배워야 할 대목은 합리적 사고에 바탕을 둔 정책의 유연성이다. 아울러 버려야 할 것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시장만능주의 교조다.

추경안은 이미 확정됐다. 특별한 변수가 돌발하지 않는 한, 추가 추경에 대한 여야 협의는 4·15 총선 이후에나 가능하다. 턱없이 부족한 규모의 추경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경혜택이 고르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한된 규모의 추경이기에 보다 꼼꼼한 예산집행, 관리가 동반돼야한다. 충분치 않은 추경이지만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