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지원, 고용총량 등 대통령 약속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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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기간산업지원, 고용총량 등 대통령 약속 지켜야 고용총량 유지·이익공유 방안 등 구체적인 계획 공개해야한다

기사입력2020-04-29 16:1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용총량 유지와 자구노력, 이익공유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 고용안정이 전제돼야 기업지원이 이루어지며 임직원의 보수 제한과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막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정상화의 이익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항공·해운·조선·자동차·전력 등 주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운용 방침을 밝히면서 한 對국민약속이다. 국민 혈세 40조원이 들어가는 기금인 만큼 대통령이 기업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조치는 너무나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강석윤 관광서비스노련위원장의 호텔업 노사공동협약 사례발표를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재벌대기업 지원방침을 공언한지 일주일여가 지났을 뿐인데, 대통령의 약속이 시험대에 섰다. 보수·극우 야당 및 언론이 나서 고용총량 유지, 이익공유 장치 마련 등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조건에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 강도가 너무 세면 정부지원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고용유지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많이 보장해줘야 한다” 등 익명의 산업관계자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떼쓰기다. 코로나발 고용쇼크가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최소한의 조건, 고용총량조차 유지하지 않겠다면서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뻔뻔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업 정상화에 따른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누지 않겠다면,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면서까지 기간산업을 지원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운영을 핵심 내용으로 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29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24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 전이지만, 양사 모두 유동성 위기를 호소함에 따라 취해진 긴급조치로 이해한다. 하지만 재정지원 대가로 이들 두 기업이 이행해야 할 “고용총량 유지와 자구노력, 이익공유 등의 장치 마련”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재난을 핑계로 재벌기업 퍼주기라는 세간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고용총량 유지계획을 공개해야한다. 비정규직이라서, 간접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정규직과 다른 기준을 제시해선 고용총량 유지의 의미는 무색해진다. 기업 정상화 과정에 수반되는 구조조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고용총량이 떨어질 가능성 자체까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직간접 고용 노동자 모두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만, 코로나19 재난에 따른 실업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두 기업의 정상화 이후 재정지원금을 포함 기업의 이익을 국민과 함께 공유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해야한다. 예컨대 이들 기업이 공적자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한 주식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 이들 기업의 총수일가가 장악한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국민과의 이익공유 방안을 만들 가능성은 제로(0)다.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수준의 경영참여만이 대통령의 약속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와같은 “고용총량 유지와 자구노력, 이익공유 등의 장치 마련”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긴급산업안정기금 수혜기업 모두에게 적용돼야할 최소한의 원칙이란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둔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조원태 회장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자구안을 먼저 내놓아야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3년 대한항공이 지주회사로 인적 분할된 이후,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의 상표권을 부당하게 한진칼에 넘겼다. 그리고 한진칼 대표이사인 조 회장은 대한항공으로부터 매년 3백여억원이라는 거액의 상표권 수수료를 챙겼다. 이런 사익편취 구조를 방치하면, 이번에 지원한 1조2000억원을 포함 향후 투입될 공적자금 모두가 조 회장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

모두가 어려운 때다. 대기업도 어렵다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가 체감하는 고통지수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런 가운데 40조원 재정이 투입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책이 시행된다. 기간산업이라지만 수혜받는 기업 대부분이 재벌대기업이다. 거듭 확인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재벌대기업 지원에 앞서 “임직원의 보수 제한과 주주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총량 유지와 기업 정상화에 따른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