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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담배소매 지정거리 확대해도 한집 건너 편의점
영업소간 거리 측정기준 지자체마다 제각각…거리제한 예외도 문제
- 기사입력2020-05-04 18:1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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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최근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기존 50m 이상에서 100m 이상으로 확대하는 규칙 개정을 각 시군에 권고했다. 편의점의 근접출점과 골목상권 내 소매업 소상공인 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서울과 제주도에 이어 담배소매인 거리제한을 확대한 세 번째 지자체가 됐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편의점. <사진=참여연대>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매출 품목이다. 더구나 다른 상품의 판매를 유도하는 매개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어, 편의점 영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담배 소매권을 확보하지 않은 채 편의점 영업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소매업을 하려고 하는 자는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자체장으로부터 소매인 지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규칙에는 소매인 영업소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정해두었다.
경기연구원이 도내 19개 시·군의 편의점주 225명을 대상으로 ‘근접출점으로 인한 피해 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답변한 점주의 55%가 근접출점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편의점의 저수익 분기점인 일매출 150만원 이하로 매출액이 하락하지 않는 최소 이격거리는 98m로 분석됐다.
100m거리는 편의점 업주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와 경기도, 제주도의 이와 같은 담배소매인 거리제한 확대 정책은 무분별한 근접출점을 상당수 줄어들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법의 허점은 남아있다.
우선, 영업소 간 거리 측정방법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담배소매인 지정 신청시 분쟁의 소지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충주시의 한 편의점은 3차선 도로를 마주보고 직선거리 20m 지점에 새로 편의점이 들어섰지만, 영업점 거리 측정기준이 직선거리가 아닌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반영한 최단거리로 측정해 100m 이상 거리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충주시는 결론 내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측정기준이 법률로 정해지지 않고 지자체의 규칙에 따라 재는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피해보는 사람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이 정하고 있는 거리제한 예외기준도 문제다. 시행규칙 제7조의3 제3항에서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 내의 장소에는 건축물 등의 구조·상주인원·이용인원 등을 고려해 소매인 영업소간 거리를 달리 정하거나 제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한 건물에 2개 이상의 편의점이 들어서도 이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한 건물에 두 개의 편의점이 들어서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지만,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런 곳은 규모가 크고 특수상권인 경우가 많지만, 일반상권이 과포화 되면서 앞으로 건축물 내 복수의 편의점 개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거리측정기준과 구내소매인 규정은 법 개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 개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담배사업법의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도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주들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불경기의 탓도 있겠지만, 편의점 본사가 점주의 매출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편의점을 출점하는 과당경쟁이 주 원인이다. 근접 출점으로 편의점주의 수익이 감소해도 편의점주로부터 꼬박꼬박 수수료 등을 챙겨가는 편의점 본사의 부도덕한 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지자체 단위로 담배소매업 거리제한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국회가 관련법을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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