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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 개설 요청했는데 차일피일 미뤄 손해

개설의뢰인이 피해 입지 않도록 은행은 신속하게 진행할 의무 있어 

기사입력2020-07-14 10:04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한국무역협회 상담위원)
신용장 개설의뢰인 A는 자신의 주거래은행 B에게 신용장의 개설을 요청해 관련 사항을 협의 한 후, 개설하는 중이었다. A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및 진단키트 등의 수입 후, 전매를 위해 신용장 개설을 급히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B는 또 다른 은행인 C로부터 이 건, 신용장의 개설에 필요한 요청을 여러 번 받고도 태만히 처리하는 등 자신의 의무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B는 신용장 개설에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결국 A는 마스크 등의 수입을 적시에 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A는 자신의 수입제품에 대한 전매 기회를 상실하고, 이로 인한 특별손해의 배상 청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B는 신용장 개설 여부는 개설의뢰인의 경제적 능력 및 담보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진행하는 은행 고유의 업무이기에 은행의 의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B의 항변은 타당한가?

 

쟁점=수입자의 신용장 개설요청에 대해 개설은행은 수입자로 하여금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그 화물의 담보권자로서 자신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확보하고, 신용장의 수정(correction) 요청 등에 대해 적지 않은 금액을 청구하는 등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노력한다.

 

개설의뢰인이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의 지연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은행은 신속하게 통지절차를 진행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 Test Key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는 전문을 받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신용장 개설요청을 받은 은행이 신용장의 개설 여부에 대해 수입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과정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판단 후에 개설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제는 신용장 개설 및 관련 업무 등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이행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개설의뢰인인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 채무자로서 자신의 업무를 신속하게 진행할 의무가 있다.

 

규정=외환거래약정서를 보면, 신용장 개설 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의 외환거래 약정에 의해 각자의 권리와 의무 내용의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민법 제390(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렇지 않다.

 

또 민법 제393(손해배상의 범위)를 보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판례=이와 매우 유사한 판례가 있다.

 

Test Key

주로 신용장 발행 등 중요 문서를 전신 등으로 업무 처리하는 경우 사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암호비수(test number)를 사용하는데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책자를 전신암호건(Test Key)이라 한다우편신용장 등과는 달리전신으로는 서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전신을 받은 은행은 전신암호건을 통해 진위를 확인한다.

(전략)신용장 개설업무를 취급하는 피고는 신용장상의 선적기일이나 유효기간 등에 비추어 개설의뢰인인 원고가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의 지연으로 인하여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속하게 위 통지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20001128일 이 사건 통지은행으로부터 Test Key 진위 여부를 재확인하라는 전문을 받고서도 2000127일까지 별다른 확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20001211일 이 사건 통지은행으로부터 다시 Test Key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는 전문을 받고서도 200112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러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718959 판결).

 

결과 및 시사점=개설은행은 외환거래 약정에 의해 개설의뢰인을 상대로 자신의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채권관계에 진입했으며, 자신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 채권자의 이익을 지켰어야 한다.

 

그러나 A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손해는 채무자인 B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요건이 필요하며, 신용장 개설 등에 필요했던 통상의 비용과는 그 처리가 다르다(중기이코노미 객원=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김범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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