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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 공약…국민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네거티브, 거짓말은 이제 그만하라 

기사입력2021-04-15 17:1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지난주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무사히 치러지고, 각 당은 물론 온갖 매체에서 선거결과에 관한 평가를 한창 쏟아내고 있다. 여느 때의 선거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후보자들 사이에 이른바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했다는 평가가 많다. 네거티브(negative)라는 말은 부정적인’, ‘비관적인’, ‘소극적인이라는 뜻인데, 선거에서의 네거티브는 상대방의 허물을 집어서 드러내는 비방전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선거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어디를 보나 멀쩡하던 사람이 출마를 선언하고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나면, 그 사람의 온갖 비밀스러운 흠집까지도 하나하나 탈탈 털리는 형편이다 보니, 섣부르게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도 한다.

 

혹시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상대 후보의 비리라며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구태의연하다고 아무리 비난을 해도 선거전에 뛰어들면 너나 할 것 없이 상대방의 허물을 닥치는 대로 쏟아내는 것으로 보아, 후보자들은 네거티브 전략이 상대방 흠집을 내는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법가(法家)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편에는,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의미인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나온다. 전국(戰國)시대 위()나라의 대신인 방공(龐恭)이 태자를 모시고 이웃나라인 조()나라로 사신을 떠나게 됐다. 방공이 길을 나서기 전에 왕에게 아뢰기를, 어떤 사람이 왕에게 와서 장사치들로 북적이는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냐고 하니까, 왕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장에 어떻게 호랑이가 나타나겠냐면서 당연히 믿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방공은 다시 두 사람이 와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믿으시겠냐고 물을 때까지도 왕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거듭 말한다면, 그때에는 왕도 믿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마구 떠들어 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삼인성호의 고사다.

 

유세(遊說)의 ‘세(說)’자는 ‘설득하다’라는 뜻으로는 ‘세’라고 읽고, 흔히 ‘말씀’이라는 뜻으로는 ‘설’이라고 읽고, ‘기쁘다’라는 뜻일 때에는 ‘열’로 읽는다. 이것은 인간이 말을 하는 것이 상대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고, 또 그것이 기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제공=문승용 박사, 한자통(漢字通:중국 동방출판사 출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는데도 방공이 왕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아뢴 이유는, 자신이 조나라로 사신 가 있는 동안에 자신을 미워하는 다른 신하 가운데 왕에게 가서 자신을 거듭 모함할 자들이 있을 터이니, 그런 이들의 말을 믿지 마라는 뜻에서 왕에게 다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방공이 조나라에 사신을 다녀온 사이에 여러 신하들이 방공이 비리가 있다며 이러저러하게 거듭 아뢰자 왕은 방공을 의심하게 됐고 결국 방공은 왕으로부터 내쳐치게 됐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뻔한 거짓말이라도 여러 번 듣다 보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거나, 그래도 뭔가 켕기는 것이 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도는 것이 아니겠냐며, 의심을 하다가 결국에는 뻔한 거짓말도 사실인 것으로 믿게 돼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선거 때 자신에게 나랏일을 맡겨달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유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유세(遊說)에서의 ()’자는 본디 놀다’ ‘즐긴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벼슬에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자는 흔히 말씀이라는 뜻으로 쓸 때는 이라고 읽지만, 여기에서처럼 설득하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라고 읽는다. 아마도 자기 생각을 말로써 다른 사람에게 알려 이해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에 말한다라는 뜻과 설득하다라는 뜻의 글자를 같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한비자에는 유세하는 것의 어려움이라는 뜻의 세난(說難)’편이 있는데,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에 맞추어서 설득하는 데에 달려 있다(凡說之難, 在知所說之心, 可以吾說當之)”라고 했다. 이것은 군주의 마음 즉, 유세의 대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유세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어서 한비자는 왕에게 효율적으로 유세하기 위해서는 왕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잘 살펴서 유세해야 한다고 했다. 왕이 의리를 중시하는데 이익이 되는 것을 가지고 왕을 설득한다거나, 거꾸로 왕이 이익을 좋아하는데 의리에 대해서만 논한다면, 왕은 유세하는 이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유세하는 이는 왕에게 좋은 대우를 받지도 벼슬을 얻어내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역린(逆鱗),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이것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해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해, 역린을 왕의 노여움이라는 뜻으로도 쓴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그뿐만 아니라 왕이 속으로는 의리를 중시하면서 겉으로는 이익을 좋아하는 척한다거나, 거꾸로 속으로는 이익을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의리를 중시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으니, 유세하는 이는 여러 가지 경우와 상황을 잘 살펴서 왕에게 유세해야만 자신이 바라는 벼슬을 얻어 관직에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한비자는 왕에게 유세할 때 왕의 역린(逆鱗)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역린이란,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해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해, 역린을 왕의 노여움이라는 뜻으로도 쓴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비난할 때에도 상대방이 참으로 감추고 싶어하거나 아파하는 것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조심스레 다뤄야 하듯이, 오늘날 선거에서 마구잡이식으로 공약을 떠들어대거나 상대방 후보자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왕조시대의 유세가 권력을 가진 왕 앞에서 그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잘 가려서 자신의 능력을 내보이며 관직을 마련해 달라고 설득하는 일이라면, 오늘날의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선거전에서 후보자들은 국민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비난해 깎아내리는 것을 통해서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모든 국민의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는 점을 후보자들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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