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낯선 일상 속 순간들을 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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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일상 속 순간들을 붙잡다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김서영 작가

기사입력2021-05-29 10:0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20세기에 접어들며 필름 카메라가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자, 꽤나 많은 화가들이 카메라가 화가의 일자리를 뺐고 회화의 죽음을 선언할 것이라며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20세기 중엽에 접어들며 카메라는 기록의 수단을 넘어 하나의 예술 창작수단으로 존중받기 시작했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진은 너무나 익숙한 매체가 됐다.

현재의 우리에게 사진은 어쩌면 회화보다 더 익숙한 소재이고,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뽐내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일상 속 순간들을 붙잡아 예술적 감각을 선보이는 사진작가가 있다. 일상 속 순간에 숨어있는 예술을 포착하는 작가 김서영을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거듭된 주체들(Afterimage of Subjects)’, 2018.

지금까지의 작업은 보통 무생물이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무생물에게서 발견한 생물의 면이나 제가 느꼈던 추상적인 감정과 분위기를 주로 무생물, 자연환경이라는 대상에 투영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Q. 일상의 공간이나 순간들을 토대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현재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형성된 계기가 있는가?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관심사에 의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별한 날이나 특별한 곳에 갔을 때만 사진을 찍었던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기록하듯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가까이에 시선을 두고 관찰하다 보면 흥미로운 형태나 순간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렇게 발견하는 일이 재미있기도 해서 자주 일상의 공간과 순간들 속에서 주제를 찾고 있습니다.

Q. 그러한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저의 대표작으로는 ‘거듭된 주체들(Afterimage of Subjects)’을 추천드립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러한 생각과 행동 자체를 ‘주체적’인 것이라고 뚜렷하게 인지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해서 별달리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의 주체가 나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부터 주위 주체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주체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느낌을 보여주는 것들은 무생물과 추상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놓여진 공간이나 날씨, 환경에 의해서 같은 모습임에도 저마다 다른 기운을 내뿜는 것 자체가 주체적인 모습이라고 느껴졌어요. 우리 각자의 개성처럼요.

그렇게 주체적인 무생물들을 우연히 만났을 때 마주한 강한 첫인상을 통해 그들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 남아 어떠한 추상적인 감정들이나 관련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자꾸만 그를 위주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체들이 제 머릿속에서 거듭해 주체가 되던 경험을 사진작업으로 풀어냈습니다.

Q.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여러 작품을 접하며 주제 및 작가의 가치관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지만, 직접적으로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받진 않았어요. 비슷한 맥락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 많은데, 근래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라스 툰베르크와 로낭 부홀렉입니다.

라스 툰베르크의 일상적이고도 이질적인 느낌의 사진들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누군가 그가 보낸 사무실 사진을 보고 평범한 휴지통을 전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그가 더욱 좋아졌고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로낭 부홀렉의 디자인들은 모두 멋지지만, 간결한 선들에서 묻어나오는 무게감이 인상적인 그의 스케치(드로잉)들을 제일 좋아합니다.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꿈꾸는 것들이 궁금했고(Uninvited guest wondered about dreaming subjects)’, 2020.

제 작품을 통해 무엇이라도 느끼길 바라고 본인이 느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아주 사소한 감상이든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 작품을 통해 감상자를 미세하게나마 건드리고 싶어요. 여태껏 수많은 작품들을 마주하며 때로는 인상 깊게 새기기도 하고 흥미로워하며 넘기기도 했는데, 보고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겐 즐거움이었던 것처럼 제 작품을 보고 받아들이는 순간이 깨어있는 순간으로 스쳐갔으면 좋겠네요. 길게 남는 기억이면 더 좋겠지만요.

Q. 주로 사진 매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창작 방식이 있는가? 그 이유는?

가끔은 영상작업이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건 사진 같아요. 사람들은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저마다 자신이 두각을 드러내는 언어가 다른데, 저에게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그러한 언어이자 제일 편한 언어였습니다. 찍는 순간에서만큼은 간편하고 빠르게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우선 제 머릿속에서 가장 비중이 큰 작업계획은 정물사진이고, 이전과 비교가 안될 만큼 더 집중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어요. 정물사진을 포함해 연출해서 작업하는 사진촬영도 해보고 싶고 인물사진도 많이 찍고 싶습니다.

그리고 맨날 쓰던 단어가 원래 이런 모양이었나, 이런 어감이었나 하는, 갑자기 위화감 느껴지는 일처럼 평범한 순간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동안 조금씩 모았던 이런 경험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각각 어울리는 형태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 형태가 사진 말고도 영상이나 설치미술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시도하려 합니다.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개인이나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막연히 있었고, 과연 제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될지 종종 고민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진 스스로가 감히 하는 고민이라 여겨져요.

Q. 작가 김서영의 꿈은 무엇인가?

지치지 않고 오래 다양하게 창작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들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제가 꾸준히 관심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