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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오늘 하루 ‘가장 마음이 가는’ 순간은 무엇일까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슬아 작가
- 기사입력2021-12-07 13:10
김찬용 기자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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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이어진 팬데믹은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미 과거의 수많은 죽음을 경험한 인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란 이름 아래 쉽게 시드는 꽃, 부질없이 사라지는 모래시계, 연약한 유리잔, 혹은 해골과 같은 정물들을 이용해 죽음을 기억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오늘날의 첫사랑, 25.7×17.5cm, 캔버스에 아크릴, 2020.누구에게나 단 한번 주어지는 인생의 순간들 속에 놓치고 있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우리에게 작은 위로를 전해주는 작가가 있다. 빛나는 그리움으로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 이슬아를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저는 주로 산책 중에 발견한 일상의 소소한 모습에서 우리의 삶과 사랑을 닮은 모습들을 포착해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은 그림 시리즈로 들꽃, 분수 시리즈가 있는데요. 아름답지만 곧 사라짐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반드시 곧 피어날 것이라는 저의 염원도 담겨있습니다.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행복했던 찰나에 잠시 머무르려 합니다. 그 날들을 떠올리면 곧 지나갈 오늘이 괜찮은 날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Q. 일상의 순간들을 작품으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본격적으로 이러한 일상의 순간들에 대해 작업을 시작했던 계기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슷한 시기에 하나, 둘 잃어버린 후였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시작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몇 차례 이어지는 장례는 더욱 허망하고 먹먹한 이별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야만 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많아 아이들을 많이 그립니다. 그들의 부재로 인해, 과거를 끄집어 회상하게 되었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현재에 조금은 집착스럽도록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은 평범하다’라는 생각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이별’과 ‘부재’였던 것 같아요.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제 그림에서 ‘빛’은 ‘그리움’을 늘 내포하고 있어요. 16장의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오리의 표류’ 시리즈는 빛을 내며 표류하는 오리의 찰나들을 남기는 작업인데요. 앞으로 흘러가다 잔잔한 곳에서 잠시 멈추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유영하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오리가 지나갈 때마다 계속해서 그리운 순간들을 만들어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다른 제 작품에서 종종 오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오리 대신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가는 작품 ‘퍼지는 그리움’도 있습니다.
한낮의 산책, 15.8×15.8cm, 캔버스에 아크릴과슈, 2021.Q.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혹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장 줄리앙’입니다. 그림체만 보면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단순하고 키치한 그림체로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제 작업과는 그림체도 다르고 작품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닮아있다고 느껴졌어요.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마음의 위로와 여유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버티고 나아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돌아보는 여유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정체없이 달려온 날들 중, 쉼을 주고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나만의 마음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Q. 주로 과슈와 아크릴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재료가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대학시절에는 유화작업을 주로 해오다가 졸업 후 자취를 하면서 집업실(집+작업실)이라는 제한으로 인해 냄새가 덜 나는 아크릴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최근에는 아크릴과슈를 추천받아 사용하는데, 특유의 색감이 제 그림과 감성이 잘 맞는 것 같아 줄곧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일 선호하는 재료는 연필인데요. 가장 베이직하고 오래 사용한 익숙한 재료이기도 하고, 겹겹이 쌓고 쌓는 방식의 연필소묘는 깊은 흑백의 느낌을 주는데 켜켜이 쌓여가는 그리움으로 느껴지기도 하더라구요.
퍼지는 그리움, 70×1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0.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2019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100일 그림프로젝트’를 다시 도전할 생각이에요. 거창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100일 그림일기’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네요. 그 때는 사이즈 상관없이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100일동안 같은 사이즈의 종이에 1일 1그림을 완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려지는 대상은 오늘 하루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것으로 정하려고 해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그림만 그리고 싶다’라는 고민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신진작가들은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작업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을 구할 때도 파트타임이나 단기알바를 해야 하는 제한이 있어, 사실 현실적인 문제인 고정적 수입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재료와 작업실 월세를 충당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그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하더라구요. 작업시간과 일을 잘 분배하는 것이 늘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작가 이슬아의 꿈은 무엇인가?
“그림만 그리고 싶습니다.” 앞의 질문이 해결된다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제 꿈이 ‘화가’였고 지금도 ‘화가’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응원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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