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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주먹구구 절차…채용갑질 기업 발 붙일 곳 없다
채용절차공정화법 위법 소지…스스로 점검해 사전에 차단해야
- 기사입력2021-12-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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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클래식 유튜브 채널 운영사 또모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좋은 콘텐츠로 본래 유명한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불미스러운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의 진위가 어떻게 밝혀질지는 향후 확인이 필요하나, 채용 갑질 논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기업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지난 11월말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청년 제도개선 방안에는,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 취소를 겪은 청년 구직자에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포함됐다. <사진=뉴시스>자초지종이 널리 알려졌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사건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5일 개재된 ‘출근 전날 제안연봉 500 낮춰 부르는 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글을 통해 알려졌다. 6년차 PD라고 밝힌 당사자는, 채용과정에서 연봉 4000만원으로 협의했으나 6일 출근을 하루 앞두고 또모로부터 3500만원의 연봉이 책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이 사건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또모의 백승준 대표가 직접 사과 내용을 포함한 해명의 글을 내놓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거짓정보가 포함돼 있다면서, 지원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은 이전 직장의 직급과 연봉 등을 거론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는 차치하고, 지원자의 동의없이 채용절차에서 얻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많은 비난이 뒤따랐다.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가 감소하기까지 하자, 결국 대표가 추가로 내놓은 사과문을 통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까지 발표했다.이 사안 하나만 놓고 보면, 채용절차가 자리잡힌 기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긴 하다. 채용 여부는 연봉과 함께 결정되는 것이 상례다. 과거에는 채용과정에서 급여 수준을 회사가 먼저 제시하지 않고, 지원자가 먼저 물어보면 감점요인으로 삼는 일도 있었지만, 이런 기업이 현재와 같은 인재채용 경쟁시대에 살아남긴 힘들 것이다.그러나 채용 갑질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8월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최종 합격을 알린 뒤 출근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채용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례가 발표됐다. 채용취소나 채용지연, 허위 채용공고 등은 채용과정에서 을의 입장인 청년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기고 있다.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1월말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청년 제도개선 방안에는,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취소를 겪은 청년 구직자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포함됐다. 채용취소 행위 자체에 법률상 이슈가 있음에도 청년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니,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유념할 일이다.고용노동부는 이와 별개로 채용절차공정화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과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채용을 가장한 아이디어 수집이나 홍보 목적의 거짓 채용광고 금지, 채용 관련 금품수수나 채용심사 목적의 금전비용 구직자에게 전가 금지 등 법의 내용을 널리 알리겠다고 한다.정부나 법제도를 따지기 이전에, 기업들 스스로 자세를 바꿔야 한다. 채용 갑질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주먹구구식 채용절차와 갑질 태도가 함께 드러나곤 한다. 기업 스스로 채용절차를 확고히 하고, 위법 여부나 갑질 가능성을 스스로 점검해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행동하는 소비자 시대에 채용 갑질 기업이 발붙일 자리는 더욱 없다. 채용 갑질은 불매운동 같은 소비자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년의 눈물을 외면하는 기업은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당연한 진리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