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이 왜 김건희씨 의혹 앞에서 멈추는가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공정과 상식이 왜 김건희씨 의혹 앞에서 멈추는가 숱한 의혹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 사법의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

기사입력2021-12-28 14:5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26일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선대위는 장문의 설명자료를 냈다. 부정확하거나 부풀린 점은 있지만, 고의에 의한 허위는 아니라는 것이 국민의힘 설명이다. 설명자료를 읽다보면 김건희씨의 잘못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돋보이기 위해 조금 부풀리거나, 내용을 알지 못해 잘못 표기한 문제 정도를 두고 과한 해명 요구에 대통령 후보 부인이 불려 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미안함마저 생길 정도다. 사과와 해명자료의 불협화음, 그래서일까? 사과는 제대로 한 것인지,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건지 알기조차 어렵다. ‘감동’이라는 뉴스도 넘쳐나지만, 오히려 그런 사과를 ‘감동’이라고 표현하는 기자의 과도한 감정 몰입이 감동스럽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교내 토론대회에 나간다는데, 주제가 ‘학내 폭력에서 교사의 책임이 있는가?’하는 것이란다.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책임을 여러 갈래로 구분해 보라고 조언했다. 도덕적 책임, 행정·제도적 책임, 법적 책임은 서로 다른 범주이고 상황에 따라 책임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런 조언은 김건희씨나 국민의힘에도 필요한 것 같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생겨날 때 도덕적 책임을 지울 사안조차도 엄청난 공권력을 동원해 법적인 책임으로 몰아갔던 것, 윤석열 검찰사단이 한 일이었다.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일도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난받을 일이지만, 논문 표절과 허위경력 기재 등 엄연히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두고 도덕적 작은 흠결이라도 된다는 듯 짧은 사과로 마무리돼서도 안 되는 일이다.

사과보다 앞세워야 할 것은 생겨난 의혹에 진실을 가리는 일이다. 진실 규명의 열쇠를 쥔 검찰이나 사법당국이 왜 이렇게 미적거리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조국 전 장관이나 여타의 사건들과 견주어 봐도 수사로 전환해야 할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부풀렸거나 몰라서 잘못 기재한 점은 있으나 고의성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에 저촉되는 행위 여부는 검찰이나 사법당국이 판단해야 할 일이다. 부인이 남편을 칭송하고 아픈 가족사 이야기에 감동과 측은지심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진실 규명 이후에나 필요한 일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조국 수사를 지휘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불공정과 비상식적인 정권에 맞서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활용해 짧은 기간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 주장은 부인 김건희씨의 의혹에서는 무딘 칼이나 다름없다. 김건희씨의 사과가 있기 전인 지난 17일 윤석열 후보의 사과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유 여하를 불문한다(?)’ 내용을 따져보기보다 민심이 흉흉하니 사과한다는 뜻이다. 김건희씨의 사과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사과와 닮았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한다고(?) 하는 것은 분노하는 민심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

김건희씨의 숱한 의혹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 사법의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 그게 윤석열 후보가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수순이다. 윤석열 후보는 의혹이 증폭되는 김건희씨를 두고 선거과정에서 아예 안 나타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되고도 영부인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한다. 선거과정에 나타나지 않는 것 그건 국민의힘에서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김건희씨의 모든 의혹을 묻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알맹이 없는 사과에 슬픈 드라마 보듯 눈물을 강요하는 국민의힘, 먼산 불구경하듯 하는 검찰과 사법당국, 공정과 상식이 왜 김건희씨의 의혹에서 멈추는지 국민들은 그것이 묻고 싶은 것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