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목적이 아닌, 일하지 않기 위해 퇴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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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이직 목적이 아닌, 일하지 않기 위해 퇴사한다 안티워크, 탕핑주의…노동환경 개선 목소리에 기업은 귀 기울여야

기사입력2022-02-24 06:00

‘도비 is free.’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 요정 도비가 주인을 떠나 자유를 찾는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요즘 퇴사자들에게 자주 활용되는 밈이기도 하다. 퇴사가 곧 자유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하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한 줄이다. 한 회사에 장기 근속해야 존경받던 옛날과는 사뭇 다른 요즘이다.

MZ세대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본인의 개성에 어울리는 기업을 능동적으로 선택한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니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하며, 자아실현을 위해 이직을 선택하는 것에 스스럼없다. 아무리 대기업일지라도 본인이 기업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는 순간 사표를 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직이 목적이 아닌, 일하지 않는 것을 위해 퇴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본인의 개성에 어울리는 기업을 능동적으로 선택한다. 아무리 대기업일지라도 본인이 기업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는 순간 사표를 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美 안티워크, 中 탕핑주의=미국 초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안티워크’라 불리는 노동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자신을 ‘게으름뱅이(IDLER)’라 부르는 유저들은 게시판에 사직서 사진을 올리거나, 불합리한 직장을 고발한다. 팬데믹 동안 급등한 자산가격에 노동 임금만으로는 부를 쌓기 어렵게 되자, 청년들은 차라리 일하지 않는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일부 열악한 노동환경에 질렸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퇴직자는 453만명에 육박했다. 200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중국에서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탕핑주의’가 유행이다. ‘탕핑’이란 중국으로 ‘평평하다’는 뜻으로,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덜 풍요로울지라도 단순하고 편하게 살자는 주의다. 열심히 일해도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생활 수준만을 유지한다. 이들은 취업, 주거 문제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집이나 차를 사는데 연연하지 않는다. 요즘 한국 청년들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수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과 동시에, 일하지 않는 노동자가 속출하자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 또한 늘어났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진열대가 텅 비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유통 중단 현상이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안티워크 운동이 지속되면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줄 것이라 경고했다.

◇MZ세대가 바라는 기업은=갖가지 이유로 안티워크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으나, 영원한 안티워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경제활동 포기는 사회적으로 큰 손해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 유능한 노동자를 다시금 기업에 유입시킬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일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 질 좋은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금융 치료’라는 은어가 있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해결해주는 부분은 크다. 일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히 기업이 챙겨야 하는 1순위 요소다. 그러나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의 안녕이다. 레딧의 안티워크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글의 대부분은 불합리한 직장문화에 대한 고발성 게시글이다. 노동착취를 호소하거나,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이 그간 표준이라고 생각했던 기존 노동환경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직장 내 안전과 휴식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며, 직장 내 따돌림이나 상사의 불합리한 갑질 행태가 나왔을 때 조직의 위신보다 사내 직원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

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기업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이 기업의 부품이 아닌, 의미 있는 존재라 느낄 것이다.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안티워크를 선언한 수많은 청년들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일다운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중기이코노미 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