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어도 흉년이어도 걱정…쌀, 제값을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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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풍년이어도 흉년이어도 걱정…쌀, 제값을 받나 식량자급률 45%…농민 떠난 농지 보며 식량안보 말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2022-12-20 11: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3일 여의도에서 열린 2022 민중대회에서 한 농민이 쌀값 보장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일년 내내 농사지은 쌀의 제값을 보장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이 목소리는 더욱 절박해졌다. 치솟는 물가로 인한 생산비 ‘폭탄’과 가파른 금리인상에,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했다. 한편, 일부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해외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시장에 공급하며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농민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국의 농민들은 지난 3일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농민들의 릴레이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일시적인 임시지원책으로는 농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한 마디로 풍년이면 풍년이라서, 흉년이면 수입농산물이 들어와 농산물 제값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통령 명의로 국민들에게 보낸 연말 선물로 뒷말이 무성하다. 전북 정읍·고창을 지역구로 하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역주민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연말 선물이 외국산 원재료가 100%인 견과류 선물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해당 주민이 “일부러 농민 열 받게 하려고 선물 보낸 것이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행정안전부는 향후 정부의 연말 선물 품목 선정시 제조판매업체, 제품의 원산지 확인 등 더욱 종합적인 검토와 배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농민들의 가슴에는 깊은 생채기가 남았다.

이와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숨 지었다. 하 의장은 “농업에 대한 애정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입농산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을 생각했다면, 이번 일은 도의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정부에서 지역특산품을 선별해 선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 정부의 배려가 작은 곳에서부터 새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 의장은 “조선시대에도 임금님 진상품으로 구매해가는 농산물은 우수한 품질로 공증 받은 것과 같아 농민들에게는 자부심이었다”며, “정부가 앞장서 수입농산물을 선물에 활용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겠느냐”며 지탄했다.

정부가 소홀히 대해도 되는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다. 하물며,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민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5.8%에 불과하다. 1990년 70.3% 대비 14.5%가 감소했다. 곡물자급률은 20% 이하로 내려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식량자원 안보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졌지만, 지난 10월 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앞에 멈춰서 있다. 정부와 여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격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