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트의 향연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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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디지털 아트의 향연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찰” 미구엘 슈발리에의 ‘디지털 뷰티’…아라아트센터 2월11일까지 전시

기사입력2023-01-20 11:02

점과 선이 공간 안에서 마법과 같이 펼쳐진다. 벽면 전체를 감싼 디지털 아트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한다. 영상뿐만 아니라 사운드도 관람객과 함께 변화한다. 관람객은 디지털 아트를 관람할 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다. 미구엘 슈발리에의 작품을 통해서다.

디지털 아트의 거장 미구엘 슈발리에의 전시가 아라아트센터에서 2월1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첫 번째 서울 전시다. 신작 4점을 포함한 15개의 설치작품과 드로잉, 다큐멘터리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디지털 뷰티’ 전시 전경. 미구엘 슈발리에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작품앞을 거닐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는 ‘가상예술과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1980년대 이후부터 예술적 표현수단으로 오로지 컴퓨터만 활용한 작품을 펼쳐왔고, LED·LCD화면, 3D 프린팅 조형물, 홀로그램 등으로 투영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2년에는 문화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 ‘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res’를 받았다. 에르메스, 삼성전자, 바쉐론 콘스탄틴, 페리에 주에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의 디지털 아트는 잘 알려져있다. 지난 2021년 제주도에서 심해 해양 동식물을 주제로, 인간과 인공 생명체에 대해 위트있게 풀어낸 그의 전시 ‘디지털 심연’에는 누적 32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기도 했다.

디지털과 사운드로 향연을 펼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디지털 뷰티’. 건축물의 구조가 독특한 아라아트센터의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전시는 아라아트센터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 5층 등 약 750평 규모의 총 5개 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갤러리에서 열린 미구엘 슈발리에의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와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찰”이다.

천장에 매달린 조각 설치작품 ‘라이좀’은 공간의 구조로 인해 지하 1층까지 연결된다.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1500개의 강철막대로 이뤄져 있다. 이는 공중에서 구현된 우주로 주변환경과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흐름을 엮어낸다.

5층 전시 전경. ©중기이코노미

계단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면 장관이 펼쳐진다. 바닥에 펼쳐진 ‘매직 카페트’는 빛으로 이뤄진 대형 카페트다. 픽셀, 2진법,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디지털 우주에서 온 수천 개의 상징적 모티브와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된 여러 빛깔의 그래픽 장면은 변화무쌍한 우주같다. 관람객이 밟게 되는 카페트는 움직임에 반응,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그래픽 요소들은 디지털 아트, 키네틱, 옵아트까지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옵티컬 물결 모양으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디지털 무아레’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옵티컬 물결 모양이 생성된다는 인식적인 경험을 선사, 옵아트의 새로운 스테이지를 구성한다.

‘프랙탈 줄기’ 역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 자연과 프랙탈에 대한 작가의 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비현실적인 색채의 그래픽 모양들은 나뭇가지나 나무 뿌리, 혈관, 신경망을 연상시키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패트릭 트레셋의 협업으로 제작된 ‘어트랙터 댄스’에는 다섯 개의 팔을 가진 드로잉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지속적으로 팔을 움직이며 그림을 그려낸다. 미구엘 슈발리에는 이 작업에서 사용되는 로봇 기술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기업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1층에 설치된 ‘기계의 눈’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경험했던 화상카메라를 떠오르게 한다. 큐비즘 작품 같기도 한 화면은 스크린 앞에 선 관람객의 모습을 가상세계로 풀어낸 것이다.

아라아트센터 5층에서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상설 전시가 마련된다. 미구엘 슈발리에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랙탈 플라워’ 시리즈가 전시, 세 개의 프리즘으로 제작된 꽃 작품을 볼 수 있다. 세 단계, 8개의 꽃송이들이 피어나 인공적인 정원이 되는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탄생과 삶, 죽음을 완성시킨다.

미구엘 슈발리에는 “오늘날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로, 디지털 아트를 통해서도 많은 미학적 부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여러 개의 층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을 활용한 작품 속에서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함께 움직이고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뷰티’는 전시 외에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브랜드 협업부스, 아트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최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