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주는 생동감·강렬함…무엇을 그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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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작품이 주는 생동감·강렬함…무엇을 그린 것일까 천재가 그린 종교화…레오나르도 다빈치 ‘동방박사의 경배’㊤

기사입력2023-03-14 09:30

2017년 3월29일,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작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6년 동안의 복원연구를 마친 세기의 작품이 마침내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공개되는 순간이었죠. 에이크슈미트 우피치 미술관장이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설레임으로 두근거렸고, 마침내 그림을 덮었던 하얀 휘장이 벗겨지자 일제히 박수와 탄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노톤의 이 독특한 그림은 밝은 조명 아래서 신비스런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슈미트 관장은 우리 곁에 돌아온 르네상스 작품을 위해 그간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복원사들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그리고 두 세명씩 그림 앞에 모여 여기 저기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방박사의 경배’, 1481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에 돌아온 작품=사람들을 흥분시킨 이 나무 패널화는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입니다.

포플러 나무의 미색 바탕에 흑갈색의 초벌만 입혀진 이 작품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기이한 배경과 다양한 표정으로 가득찬 생생한 인물 묘사로 눈을 뗄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죠. 어두운 갈색톤의 먼지로 뒤덮였던 이 작품은 복원을 통해 곰팡이가 제거된 뒤 깨끗한 나무톤을 되찾았고, 적외선 촬영을 통해 다빈치의 처음 스케치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는 모눈종이에 위치를 표시하고 그 위에 밑그림을 미리 그리는 스케치 기술이 있었지만, 이 천재에게는 불필요한 것으로 그는 나무 패널 위에 직접 빠른 손으로 스케치를 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그리고 연필 스케치가 고정되도록 그 위에 흰 물감을 바르고, 갈색 염료로 먼 거리에서 가까운 거리로, 옅은 톤에서 짙은 톤으로 밑칠을 했습니다. 중앙 언덕의 짙은 배경에서 갈색 염료를 여러번 덧바른 흔적을 찾았는데, 얇은 층을 여러번 덧바르는 다빈치 화법은 완성된 색의 섬세하고 다양한 깊이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이 화법이 스푸마토 기법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년)는 1452년 3월15일 새벽 3시에 피렌체의 공증인 세르 피에르 다 빈치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그는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천재지만 정식 결혼으로 얻은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수공 장인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직업을 원해, 10대부터 피렌체시내의 안드레아 베로키오 공방에서 화가 일을 시작합니다.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가 29살에 피렌체의 산 도나토 수도원을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그는 예술가, 기계발명, 의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있었는데, 화가란 그의 수많은 직업 중 하나였죠. 산 도나토 수도원은 아버지가 공증업무를 맡던 곳으로 이 그림은 아버지의 소개로 주문받은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레오나르도는 르네상스의 위대한 후원자 로렌조 메디치 시대의 예술가이지만, 너무 다양한 재주를 지닌 탓이었을까요? 로렌조 메디치는 그를 화가보다 기계에 대한 재주꾼으로 눈여겨 보았고, 그림 작업에 착수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1482년 정치적인 친분을 위해 밀라노의 루도비코 비스콘티 공작에게 그를 추천해 파견 보내죠. 앞으로 그의 인생에 오랫동안 인연을 맺게 될 밀라노 공작과의 관계가 시작된 게 이때입니다. 재주 많은 그는 그때 악기를 만드는 발명가로 소개됐습니다.

그렇게 레오나르도는 밑칠이 칠해진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된 이 작품을 피렌체의 친구집에 맡기고 밀라노로 떠났고, 이후 그의 손에서 완성되지 못한 채 남아 있게 됐습니다.

항상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우피치 미술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실에는 단 3개의 그림이 전시돼 있습니다. 세 개의 작품 중 가장 나중에 그려진 이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람들을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했는지 화면 전체가 꽉 차 보이고 소란스러운 군중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죠. 이 작품은 색을 입히지 않아 모노톤으로 남은 미완성 작품입니다. 그러나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물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듯하며, 작품이 주는 강렬함은 보는 이를 가슴 뛰게 하죠.

한밤중에도 도무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멈추지 않아 늘 수면부족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쉼 없는 두뇌 회전을 짐작케 하는 생동감 넘치는 선들로 묘사된 이 그림은 무엇을 그린 걸까요?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