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디지털 격차가 불평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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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대·중소기업 디지털 격차가 불평등을 키운다 디지털 전환 지원하고,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 개선해야

기사입력2023-03-31 11: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저성장·고금리 복합위기 속에서 전 세계적 흐름인 디지털 전환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를 개선하는 등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서치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과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29일 개최한 ‘중소기업 3高와 디지털·에너지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디지털 격차는 기업 간 생산성, 성장성, 혁신 등에서 격차 확대를 유발하고 기술폐쇄, 기술탈취, 경영 왜곡 등의 문제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결국 디지털 격차는 궁극적으로 기업, 계층, 부문 간 불평등을 증대시키게 되며, 디지털 전환의 속성상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한 선도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서 변호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현실은 제조업이 45.5%, 건설업 41.5%, 도소매업 44.9%, 운수업 33%, 정보통신업 71.5%, 지식서비스업 18.2%, 녹색환경산업 62.1% 수준으로 디지털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선 서 변호사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스마트팩토리 확대 등은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양적 지원보다는 질적 지원을 통한 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대기업 위주의 산업전환 전략으로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등 산업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를 위한 업종전환, 직업전환 등을 위한 교육훈련과 상담, 전환비용 지원 등을 위한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 서 변호사는 이를 위해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예컨대, ‘미래자동차 전환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 관점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 개선 필요=서 변호사는 3高의 위기상황과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에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부장 산업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산업이지만, 납품거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47%에 달하고 중국의 소부장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 등도 떨어진다.

서 변호사는 오늘날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종래 중소기업이 가격경쟁에 몰두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전속적 거래구조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비와 같은 서비스업에서도 나타나는 등 산업 전반에 만연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개별 중소기업의 교섭력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납품대금연동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단체 협상력 강화해야=중소기업의 단체협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소기업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현재 위수탁거래 관계가 아닌 중소기업은 납품단가연동제를 이용할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 61.8%가 원자재 생산 대기업의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다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주기 또한 수시라는 응답이 76.2%로 가장 많았다.

서 변호사는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대기업의 공급원가를 제대로 협상하기 어렵다며, 단체협상력을 강화해 단체교섭 및 단체계약 체결이 가능토록 하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공동행위의 적용을 예외 또는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방안 마련을=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도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가맹점, 대리점 등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로, 이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 시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또다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맹점, 대리점,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피해 현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을지로위원회 등의 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단체협약 체결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시기 중소기업은 종래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과의 관계에서도 열위에 놓이기 때문에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대응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서 변호사는 중소형마트 등을 위한 마이크로풀필먼트 구축, 중소기업 맞춤형 공공플랫폼 운영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 플랫폼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의 지나치게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 등 당사자간 협상을 통해 해결이 불가능하면서도 어느 일방의 피해가 지나치게 큰 경우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플랫폼 분야를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기존 산업분야와 같이 수직적, 전속적 거래구조가 형성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은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