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침묵은 ‘동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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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침묵은 ‘동조’다” 어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정부의 역할은

기사입력2023-06-13 09:5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12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설비 시운전을 시작했다. 약 2주간의 시운전을 거쳐 작동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말 달 최종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빠른 시일 안에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 어민단체들의 반대도 여전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 또한 커지고 있다. 일본 어민들의 생존권 위기와, 일본과 바다를 공유해야 하는 주변국들의 불안을 해소할 말한 어떤 대책도 없는 오염수의 방류 결정. 반대와 반발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 국민 불안감 또한 다르지 않다. 수산시장의 손님들이 급감하고, 소금 사재기 현상마저 생겨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불안해지고, 먹거리 불안감이 가뜩이나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내수시장에 치명적 위험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외교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애매모호하고, 일본 정부 편을 든다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불안을 괴담과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양새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오염수라는 용어를 처리수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는 인사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위원장 성일종 의원이었다. 기준치의 180배가 넘는 후쿠시마산 우럭이 나왔을 때도 우리 바다에는 올 일이 없다는 궤변을 늘여놓은 것도 그였다. 정부는 시료 채취조차 할 수 없는 시찰단을 보내며, 전문가들이니까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민주당이 시찰단 검증에 공세적인 질문을 이어가자, ‘주권 국가가 하는 일을 다른 주권 국가가 들어가서 검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굴욕적인 답변을 내놓은 건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 1차관이었다.

오염수 방류 전 마지막 시운전에 들어간 일본,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침묵이다. 어민들이 국회 앞에서 우리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데도,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처리되면 마실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국민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단정하고, 과학적 검증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안전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담보할까 청사진은 아예 없다. 일본의 정화기술을 믿고, IAEA 검증 결과를 믿고, 정부의 노력을 믿어달라는 게 전부다. 과학적 검증이 아니라 미신 같은 맹목적 믿음의 강요다. 일본의 범죄적 행위에 대한 동조가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

방사능 위험은 오랜 기간 검증된 사실이다. 이에 반해 일본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건 여전히 불안한 가설일 뿐이다. 30여년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생존의 위기 앞에 두렵다. 국민들은 소금조차 사재기를 해야 하는 혼란으로 빠져든다. 정부의 미덥지 못한 태도와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불안하고 더 화가 나는 것이다.

국민의 힘이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고 검증팀을 꾸린 것은 국민 우롱이다. 오염수도 마실 수 있다는 총리의 발언 한마디에 불안감을 떨쳐 버릴만큼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어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켜야 할 영토와 주권을 알기나 하느냐는 의심조차 든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침묵은 동조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