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들어온 청년 경제…가계대출 연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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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빨간불 들어온 청년 경제…가계대출 연체 우려 연체율 급등세가 청년층 위기로 연결되기 전에 막아야

기사입력2023-06-23 14:0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차주 가계대출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6월)는, 최근 청년층의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20~2021년 중 가계대출에서 30대 이하가 대출받은 비중은 전체의 38.3%에 달했다. 이는 2013~2019년 사이 청년 대출의 비율(29.6%)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대출을 받은 청년층의 소득기반이 다른 연령에 비해 취약하다는 데 있다. 2020~2021년 중 가계대출을 받은 30대 이하 중에서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비중은 9.1%였는데,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을 받은 40~50대(7.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한동안 30대 이하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30대 이하 청년 경제의 위기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서 높아졌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연체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위기 중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를 시행하면서 2020년 이후 연체율이 크게 낮아졌으나,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 2020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은행중에서도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해 2023년 3월말 기준 0.5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0.8% 내외)에는 못 미치나 장기평균(0.40%)보다 높은 상황까지 왔다.

대출유형별로 보면 신용대출과 보증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연체율이 2020년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아직 2020년에 못 미치지만, 상승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연체율 상승이 당장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물론 장기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가 증가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중인 취약계층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2022년 하반기 중 새롭게 연체를 시작한 차주에서 취약차주의 비중은 58.8%, 신규연체잔액에서의 비중은 62.8%에 달한다. 신규연체 취약차주 중 39.5%는 신규연체잔액이 차주의 연간소득액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늘어난 연체채권의 상당 부분이 상환에 의한 정상화보다는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으로 귀결돼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종합하면, 최근 새롭게 연체를 시작한 차주 중 청년과 취약차주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가계대출 연체 자체가 금융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지라도, 청년 등을 중심으로 위험신호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파산 등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살피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가계대출 연체라는 위험신호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청년경제의 위기가 잔불을 넘어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