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사진·텍스트로 ‘디자인 특징’을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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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도면·사진·텍스트로 ‘디자인 특징’을 꼼꼼하게 내 디자인 vs 다른 디자인…디자인 유사 분쟁 “소송서도 100% 없어”

기사입력2023-07-04 10:58

#1.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얼마 전 시장조사를 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털어놨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의 디자인이 버젓이 시장에 나와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법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A 대표는 “내 디자인의 특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알아보니 법이 애매해서 내 디자인에 리본을 달거나, 길이만 달라도 다른 디자인으로 보더라. 디자인 등록을 하면 내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시장에선 많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디자인이 도용됐다고 울분을 토하는 사업자가 있는 반면,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업자도 있다.

#2. 특허청에 따르면, 액세서리를 디자인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B씨는 얼마 전 디자인 침해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B씨는 업계에서 디자인 권리를 침해한 사업자로 찍혀 거래처와의 거래도 끊기고, 무엇보다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등 막심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기업 간 디자인 분쟁·갈등 생기는데

이처럼 브랜드 간 디자인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이슈였던 경주의 대표 먹거리인 ‘십원빵’부터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곰표밀맥주’ 갈등,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분쟁에 이르기까지 서로 ‘내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며, 분쟁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한정적인 자원과 상향 평준화된 제품력 사이에서,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존과 다른 경영방식과 빠른 의사결정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혁신적이고도 창의적인 디자인이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적·실용적으로 가치가 높은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로 이어지게 해 브랜드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 이슈화 됐던 토기 모양의 세안용 밴드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 중소 디자인 회사가 대형 화장품 기업을 상대로 디자인 권리침해를 당했다며 디자인 무효소송을 제기하자, 대형 화장품 기업의 불매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는 소비자가 디자인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디자인 도용 논란이 브랜드 신뢰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디자인이 구매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등극하면서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디자인을 비슷하게 내 일명 ‘카피’ 제품을 내놓는 일도 많다. 대표적으로 SPA 브랜드나 중소 브랜드에서 명품 브랜드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다량으로 제작해 판매하거나,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시장에 내놓는 일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혁신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의 디자인도 카피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허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산업재산권 분쟁조정 기업분류별 신청현황에 따르면, 신청건수 312건 중 개인·중소기업의 신청이 297건으로 95%에 달했다. 디자인이 매출로 연결되면서 브랜드 간 디자인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등록을 할 때 물품의 특징이나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도면과 사진, 글 등으로 자세히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디자인, 주관적이고 범위 넓어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 어려워

문제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인 경우가 많고, 판단하는 범위도 넓어 유사 여부 판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리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서로 디자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예를 들어 A기업이 a라는 물품의 디자인 등록을 했는데, 후에 B기업이 b물품을 시장에서 팔고 있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가정한다면, A에서는 B와 유사하다고 판단하지만, B에서는 A와 다르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양쪽의 기업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므로 본인이 디자인 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전문가에게 판단 요청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단 결과가 100%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분쟁이 일어날 경우 법원의 판단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부분 6:4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변리사는 “때에 따라서는 권리남용의 뉘앙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사업자도 있다”며, “권리자가 침해라고 주장하고 시장에서 제압하면, 상대방과 거래하는 측은 디자인권 침해 물건이라는 인식이 생겨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간혹 디자인권자의 성향에 따라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출원 시 디자인의 진보성과 신규성을 판단해 등록권리 여부를 판단하는 특허청에서도 디자인 유사 여부 판단은 심사관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디자인 분쟁이 생겼을 때는 법원에서 전문적인 관점을 토대로 판단한다”며, “서로 디자인 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심판원, 특사경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절차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신청을 하면 전문가들이 판단해 조정해 주기도 하는데, 성립률이 60%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등록을 할 때 물품의 특징이나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도면과 사진, 글 등으로 자세히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양시에서 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리사는 “자신의 디자인 권리는 디자인 등록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확정되기 때문에 도면이 불충분하거나 사진이 흐릿해서 어떤 특정 부분의 형태와 모양, 색채를 알기 어려우면 권리 침해 시 해석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디자인의 특징부를 1~10까지로 구분해 나눈다면, 1~3은 확실한 형상으로 돼 있는데, 나머지는 판단이 모호해 타 디자인과 정확히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즉, 1~3번까지는 유사하다 하더라도, 4~10번이 비교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게 결론이 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