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사설
‘일타강사 세무조사’ 정치 목적 남용은 안된다
세정신뢰 훼손 심각…납세자들 불안 커진다
- 기사입력2023-07-0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최근 대형학원과 유명 ‘일타강사’를 대상으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인 사건을 두고, 납세자연맹이 “세무조사권을 남용한 불공정한 세무조사로 국세청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정에 대한 신뢰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한 일이어서 우려가 커진다.문제의 세무조사는 지난달 28~29일 당시 이뤄졌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형 입시학원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는 일부 일타강사 개인에 대한 조사로 확대됐다. 세무조사 대상으로 집중보도된 한 유명강사는, 지난 6월 정부의 수능출제 방침 기사를 공유하며, “애들만 불쌍하지…그럼 9월하고 수능은 어떻게 간다는 건지”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이후 교육부는 6월26일 사교육 카르텔 근절 등이 포함된 사교육 경감대책을 통해, “신고되거나 점검(모니터링)된 일부 수능전문 대형입시학원의 담합(카르텔) 및 부조리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단호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2일만에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벌어졌고, 이튿날에는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알려졌다.수능을 불과 150일 가량 앞두고, 모의고사 문제 출제를 이유로 교육부 담당국장을 갈아치우고,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천명해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진 최근의 혼란도 물론 중대하다. 게다가 사교육 업계를 겨냥한 세무조사는 위법이라는 논란 역시 심각한 사안이다.지난 5일 납세자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만일 국세청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무리하게 일벌백계식 세무조사에 착수하거나 또는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세무조사를 당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부당하게 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 분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아울러, 국세기본법에 명시된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제시하며, “이는 세무조사가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한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면 위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또, “국세청이 이번 대형학원과 일타강사에 대한 비정기조사를 하면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만약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위법”이라고 했다.아울러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 정한 절차를 국세청이 지키지 않았다면 그 세무조사는 위법하고, 위법한 세무조사과정에서 납세자가 탈세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그 탈세사실은 증거능력 없으므로 과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납세자연맹이 지적하는 것처럼 과거 정부도 각종 정치적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남용한 일이 있었다. 게다가 정치적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납세자가 제대로된 방어권을 행사하기 힘든 사례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무당국이 절차상 위법 논란까지 야기하며 세무조사를 벌여서는, 국세기본법이 정한 “다른 목적”을 위한 조사권 남용이란 의혹을 벗어날 수 없다.납세자연맹은 “정부의 신뢰는 공무원이 ‘좋은 의도로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수행해야” 조금씩 쌓인다며,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좋은 의도도, 올바른 방식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모든 기업과 납세자, 유권자들에게 세정의 신뢰를 잃고서는 정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세무조사 남용에 대해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