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앞에 입점업체는 대항수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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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거대 플랫폼 앞에 입점업체는 대항수단이 없다 3년째 논의 지연 온라인플랫폼법, 이제는 입법할 때

기사입력2023-07-13 00:00

온라인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수수료 등 비용부담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도 힘든 것이, 소수의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이미 온라인 시장이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플랫폼 시장은 다수의 사업자들이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는 일이 훨씬 더 흔하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협상력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인데, 시장 구조적인 원인이니만큼 온라인플랫폼법 등 제도장치를 도입해 균형을 맞춰주는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오픈마켓과 배달앱, 숙박앱, 패션앱 등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12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실시한 온라인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대 배달앱 입점업체 300개사, 양대 숙박앱 입점 300개사 등 분야별로 거대 플랫폼 입점업체들의 반응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입점업체가 체감하는 비용 문제에 일정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비용이 매우 부담 또는 부담된다고 응답한 입점업체의 비율은 배달앱이 64.7%로 가장 많았고, 숙박앱(62.3%)도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오픈마켓(36.0%)과 패션앱(29.0%)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재 비용부담 적정성에 대한 체감도(100점 만점 기준) 역시 배달앱(32.3점)이 가장 낮았고, 숙박앱(32.8점)이 뒤를 이었다.

플랫폼과의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부당행위를 경험했다는 업체의 비율 역시 숙박앱(10.7%)과 배달앱(7.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어서 오픈마켓(6.3%), 패션앱(2.7%) 순이었다.

입점업체들이 겪은 불공정·부당행위 유형을 보면, 4개 분야 모두 “비용부담이 과다하지만, 협상력 차이로 대응이 어려움”이 가장 많았다.

이같은 협상력 차이가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했으니,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입점업체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응답이 숙박앱(78.7%), 배달앱(77.3%), 오픈마켓(77.0%), 패션앱(71.3%) 등 70% 이상을 기록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중개 거래 계약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표준계약서 또는 약관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배달앱(68.0%), 숙박앱(67.3%), 오픈마켓(61.3%), 패션앱(55.7%)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

표준계약서에 반영돼야 할 항목으로는 4개 분야 모두 “입점업체 규모별 수수료 차등제 도입 등 비용부담 완화 방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같은 온라인플랫폼 관련 입법 논의가 윤석열 정부 들어 멈춰섰다는 데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1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3년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업계의 자율규제로 논의 방향이 변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법제화를 통한 규제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EU와 독일, 일본 등지에서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전통적이고 개별적인 불공정행위는 물론, 온라인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배력 남용 행위를 두고 각국이 입법을 통한 제재에 나선 것이다. 한국 역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상생 가능한 온라인플랫폼 생태계 조성에 시급히 나서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